[노컷 리뷰]'듄: 파트2' 경이로운 모랫빛 대서사시…속절없이 빠져든다

외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광활하고 강렬한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이 가진 모든 것을 그대로 품은 SF '듄: 파트2'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장엄한 오프닝을 마주한 순간, 관객들은 마치 스파이스에 중독된 것처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선사하는 가슴 떨리는 모랫빛 대서사시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한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사막으로 도망친다. 폴은 그곳에서 만난 반란군과 숨어 지내다 그들과 함께 황제의 모든 것을 파괴할 전투를 준비한다.
 
한편 반란군들의 기세가 높아질수록 불안해진 황제와 귀족 가문은 잔혹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를 보내 반란군을 몰살하려 한다.
 
전 세계가 기다리고 주목해온 SF 영화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가 한층 더 확장되고 깊어진 이야기로 돌아왔다. 전작 '듄: 파트1'은 관객들을 극장에서 등 돌리고, 손안의 스크린에 몰두하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전 세계 4억 달러(한화 약 5328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극장과 영화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했다.
 
외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듄: 파트2' 역시 영화적인 체험은 물론이고 종교와 정치의 결합, 구세주의 숙명을 지닌 영웅의 위험성이라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환경에서 극장의 의미 그리고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에 관한 논의와 재정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요즘, '듄: 파트2'는 가장 영화적인 체험이 무엇이며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SF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전편에 이어 드니 빌뇌브 감독은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파트2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생략과 축소를 거치면서도 원작 소설과 원작 작가인 프랭크 허버트가 말하고자 한 주제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했다.
 
외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그리고 소설 속에 텍스트로 표현된 부분 중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해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줄지에 관한 고민을 파트2에 담아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폴이 샤이 훌루드라 불리는 모래 벌레를 처음으로 타는 장면이다.
 
모래 언덕 위에 선 폴이 엄청난 크기의 모래 벌레를 불러낸 후 모래 벌레가 일으킨 모래바람을 뚫고 탑승에 성공하는 과정은, 과연 어떻게 스크린을 통해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길 것인가에 관한 고민과 노력이 압축돼 있다.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만들어낸 시청각적인 요소들은 폴의 경험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초대함으로써 '영화적인 체험'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폴과 프레멘 진영, 하코넨과 제국군 사이 전투 신 역시 '듄: 파트2'의 백미다. 사막과 모래폭풍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전투 신은 그 자체로 모래바람의 거칠고 메마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특히 모래 지형을 이용한 프레멘 특유의 전투 방식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외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드니 빌뇌브 감독이 소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압축하는지 보여주는 것 중 하나는 파트2에서 새 캐릭터 페이드 로타의 강렬한 등장을 알리는 경기장 신이다. 흑백 화면이 가진 특유의 스타일리시함과 페이드 로타의 싸이코닉한 성향을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서 소설 속 페이드 로타에 관한 설명과 서사를 모두 담아낼 수 없기에 감독은 과감하게 컬러에서 흑백의 전환을 이용했다. 이는 분위기 자체를 전환하는 것은 물론 페이드의 캐릭터성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알린다. 미장센까지 더해진 해당 장면은 드니 빌뇌브가 왜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지 느낄 수 있다.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파트2는 이른바 '광신'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편에 이어 종교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에 바탕을 둔 메시아(구세주), 그리고 메시아라 불리는 인물의 선택과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하드(원리나 신앙을 위해 벌이는 투쟁을 의미하는 '성전'을 뜻하기도 한다)의 위험성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보통의 영웅 서사는 '영웅'이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와 책임감을 고민하거나 영웅으로서의 숙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등 '영웅'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숙명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듄' 시리즈는 '영웅' 그 자체에 대한 경계를 중심에 둔다.
 
특히 폴이 내다보는 미래와 그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통해 광적인 믿음 아래 '메시아'로서 받들어지는 영웅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경계를 그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적인 영웅 서사는 '영웅'이라는 존재를 당연시 받아들이고, 또 영웅이 지닌 메시아적인 숙명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로 인해 고뇌하고 고통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외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러한 통념에서 벗어나 영웅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듄'의 특징이자 다른 SF 내지 영웅 서사와 궤를 달리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잘 포착하되 영화적인 방식으로 각색했기에 영화 '듄'이 찬사를 받는 것이다.
 
파트2는 광신과 광신의 대결이기도 하다. 폴과 프레멘으로 대표되는 맹목적이고 종교적인 광적인 믿음, 하코넨과 황제로 대표되는 물질과 권력을 향한 광적인 믿음이 이번 작품 안에서 보다 두드러진다.
 
영화 속 광기 어린 맹목적 믿음과 욕망은 선악을 떠나 순수하고, 그렇기에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종교적이면서도 정치적 지도자로 바라보고 그런 길을 걷도록 하는 계획과 운명의 무게에 괴로워하고 고뇌하는 폴의 모습은 '듄' 시리즈가 단순히 영웅주의적 서사를 지닌 SF 서사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듄' 시리즈는 철학적이고 정치적이면서도 동시에 종교적인 SF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원작 소설을 SF계 전설이라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크린에 구현해 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역시 SF의 새 전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65분 상영, 2월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듄: 파트2'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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