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서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2무 승점 5의 성적을 거둬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목표로 했던 조 1위는 부진한 경기력 탓에 놓칠 수밖에 없었다.
말레이시아와 최종 3차전에서 졸전 끝 3-3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보다 무려 107계단 아래(130위)임을 감안하면 패배나 다름 없는 결과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7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회복 훈련 및 16강전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이기제(수원 삼성)도 합류했지만 훈련 대신 따로 몸을 풀었고, 나머지 25명은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한국은 1-0으로 앞선 후반 6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상대 선수가 황인범(즈베즈다)을 밀치며 공을 가로챘고, 이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후 상대 선수의 파울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됐지만, 결국 득점으로 인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황인범의 실수가 있었지만, 명백한 파울이었다"면서 "모두 다시 보면 알겠지만, 아쉬운 판정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서 실점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10분 뒤에는 설영우(울산 HD)가 페널티킥을 내줘 역전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의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사실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2로 끌려간 한국은 이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프리킥 골,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 허용으로 승리를 놓쳤다.
당초 주어진 추가 시간은 12분이었으나, 실점은 14분이 지난 뒤 나왔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추가 시간이 12분이었는데, 14분에 왜 실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그렇게 실점을 하면 누구나 속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물론 석연찮은 판정이 있었지만,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고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무려 81.2%의 점유율을 차지했음에도 경기 내용은 졸전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득점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공격 전개 과정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좋은 장면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옐로 트러블'은 대회 첫 경기부터 발생했다. 무려 5장의 옐로 카드를 무더기로 받아 경고 누적에 대한 우려를 안고 경기에 임했다. 다행히 아직 경고 누적 선수는 없지만, 여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전 뒤 기자회견에서 "경고 누적 선수가 없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는 "카드 관리를 신경써야 한다"면서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별리그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지만, 여전히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넘친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기자들에게 "호텔 예약을 빨리 연장하시면 될 것 같다"면서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결승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연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우디와 16강전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은 "내부에서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지면 탈락하는 시점이 왔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에 대해서는 "스위치 플레이가 상당히 강하다.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꿔 가면서 플레이하는 게 상당히 좋다"면서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흐름을 잘 타면 위협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우디도 분명히 약점이 있다. 이를 잘 공략을 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6강전부터는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한다. 이제는 확실히 결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64년 만의 우승 염원을 이루지 못하면 더 이상 핑계를 댈 기회조차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