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견인·대기…美 '전기차 운전자' 괴롭히는 '북극 한파'

美 체감기온 영하 30도 혹한에 테슬라 '충전 대란'
"날이 추우면 배터리 빠르게 충전할 수 없어"
노르웨이 전기차 소유자 中 90%, 집에 '자체 충전소'
중요한 건 '충전소 등 필요 인프라'의 충분한 제공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35세 엔지니어 닉 세티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침 자신의 테슬라 차량이 얼어붙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美 '영하 30도' 혹한에 테슬라 '충전 대란'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차체에 내장된 트렁크 손잡이를 어렵게 눌러 트렁크를 열고 들어가 간신히 운전석에 앉을 수 있었다.

이어 충전을 위해 가까운 충전소까지 5마일(8㎞)을 이동했지만, 이미 12개의 충전기는 모두 사용 중이었다. 대기 줄도 길어 결국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올겨울을 견뎌보고 테슬라를 계속 소유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운전자 스펜서 씨(27)는 지난 일요일 배터리가 30마일 남은 상태에서 충전소로 출발했다. 하지만, 몇 분만에 배터리가 방전돼 결국 차를 견인해야 했다.

그는 "보통 한 시간이 걸리던 배터리 재충전도 날이 추워 다섯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테슬라 소유자는 시카고의 지역 방송 WLS에 "최소 10대의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가 방전돼 견인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날이 추우면 배터리 빠르게 충전할 수 없어"

이처럼 북극 한파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전기차 테슬라 운전자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영하 30도 아래까지 떨어지는 이번 겨울 한파로 배터리 소모가 빨라지고 주행 거리도 짧아져 전기차 소유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잭 브라우어 교수는 "배터리 전기 자동차를 매우 추운 조건에서 작동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날이 추우면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할 수 없어 물리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그러나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노르웨이 전기차 소유자 中 90%, 집에 '자체 충전소' 갖춰

뉴욕타임스는 또 혹한의 날씨에도 전기차 운행에 큰 문제가 없는 노르웨이의 사례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노르웨이는 차량 4대 중 1대가 전기차이다.

노르웨이 전기차 협회 고문인 라스 고드볼트는 "노르웨이 국민 대다수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고 있으며, 전기차 소유자의 약 90%는 집에 자체 충전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추운 날씨에도 잘 달릴 수 있도록 전기차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충전소와 같은 필요 인프라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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