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8연속 3.50% 동결…"인하 논의 시기상조"(종합)

성장 부진, 금융위기 등 인하 요인 불구, 물가‧가계부채가 발목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 이전보다 낮아져"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 쉽지 않을 것…부동산 자극 부작용 커"
시장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인하 관측도
"태영 사태, 시스템 위기 가능성 작아…한은 역할할 상황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11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한은에서 열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로 동결했다.지난 2021년 8월 이후 계속되오던 금리인상 기조가 지난해 2월 동결된 이후 8연속 3.50%로 묶인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와 중동 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0%로 유지하자고 했지만, 이번에는 5명 모두 3.50%로 유지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8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부동산PF와 물가,가계부채,경제성장 등의 여러 위기에 대처해야하는 복합적인 상황 때문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 등 부실 대출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까지 9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까지 5개월 연속 3%를 웃돌았다.
 
성장 부진과 금융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하지만, 불안한 물가와 가계 부채를 감안하면 쉽사리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은 총재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 쉽지 않을 것"
 
이 총재는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미래에 늘어날 부동산 공급에 대한 계획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며 "부동산 PF를 연착륙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박종민 기자

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해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가 될 가능성은 작다"며 "부동산 PF가 시장 불안정을 일으키면 한은이 언제든지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가도록 관리해야 할 것은 규제 당국과 한은의 책임"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통해 가계대출을 늘리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임기 이후라도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가 비율이 90% 미만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제 성장 전망과 미국의 현재 통화정책 등을 근거로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 당장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동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올 하반기,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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