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흉기 습격을 당한 가운데 여권이 계획한 정치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에 즉각적인 거부권을 행사하려던 일정의 변경 가능성이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 법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의혹과,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뇌물 의혹으로 이뤄진다. 이들 법안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무관하게 정부로 이송되는 시점이 미뤄진 상태였다.
하지만 통상적인 일정대로 송부되더라도 즉시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방식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 대표는 '쌍특검'을 주도한 당사자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하던 중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흉기로 습격당해 목 부위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공개 일정 중 습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검 거부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용산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민의힘의 이해관계는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있다. 최근 여론의 흐름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쏠리면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상황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며 공을 던지는 모양새를 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정부 이송 시점으로부터 15일 이내이다.
당초 방침은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정부에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여론의 향방이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특검에 관해 적극적인 여론전으로 야권에 날을 세우거나 국회에 재의 표결을 재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간 여권은 특검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총선용 악법'이자 '정치 특검'"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여론전을 벌여 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임명 첫날부터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고, 피습 당일에도 거부권 반대를 조언하라는 여론을 일축했다.
'한동훈 비대위'를 통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컨벤션 효과를 원했으나, 이 역시 피습 사건의 여파에 가려질 가능성이 생겨났다. 당 관계자는 "특검 반대 기류를 세게 밀어붙이기 부담스러워졌다"며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결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2+2 협의체' 일정도 연기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며 혹시 모를 논란에 대비해 분위기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