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반도체 살아나고, 에너지 값 하락…새해 우리 수출, 회복 궤도 오를까 ②AI發 반도체 '슈퍼사이클'…그런데 말입니다 (계속) |
다만 지난해 반도체 한파 극복을 위해 단행한 '감산'을 다시 기존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업황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탑재한 AI 서버 시장은 지난해보다 90%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AI 서버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생산량은 150만 대였으나 올해 라인업 확대 등으로 290만 대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의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27% 증가할 예정이다. 일반 서버용 D램 출하량도 1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생산분의 판매 계약이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150% 이상 늘릴 전망이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AI' PC와 스마트폰도 올해 잇달아 출시된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작용하는 AI(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PC나 스마트폰 등을 뜻한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인텔과 AMD, 퀄컴, 애플 등이 프로세서 경쟁을 벌이면서 관련 메모리 반도체도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PC와 스마트폰 고객사로부터 D램과 낸드 주문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지난해 1년 동안 D램과 낸드의 ASP(평균판매가격)가 70% 하락하며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가운데 PC와 스마트폰 업체가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이 일단락되며 상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은 올해를 슈퍼사이클의 '진입 초기'로 보고 있다.
△2002년 PC 보급 △2008년 스마트폰 대중화 △2012년 4G 교체 △2016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 △2020년 디지털 전환 등 기술 변화에 따라 신규 수요가 생긴 것처럼 올해는 AI를 기반으로 한 수요의 분수령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22년 4분기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 11월 플러스로 전환했고,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12월 수출액은 2022년 9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2024년 거시 경제 안정화 이후 회복을 가정한다면, 반도체 업사이클은 과거 대비 더 길고 높을 것"이라며 "이번 사이클은 감산을 통해 거시 경제보다 반도체 업황을 먼저 반등 출발시켰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또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6만 원대에서 상승해 8만 원을 눈앞에 뒀고,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년 만에 시가총액 2위를 탈환했다. 이 같은 업황을 '선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연쇄 반응이 반도체 업황 회복의 결과를 낳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별 감산 규모는 각각 20~30%로 추산된다.
업황 회복과 주요 반도체의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가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기존 수준으로 되돌리는, 즉 '공급 경쟁'이 업황 회복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하반기에 강력한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기존 PC와 스마트폰, 일반 서버 수요도 회복해 전년 대비 수요가 20% 증가가 가능할지 여부가 업황의 관건"이라며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경기 회복, IT 수요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