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날 것인가.
한 전 장관의 국민의힘 입당과 이 전 대표의 탈당 시점이 미묘하게 교차하게 된 가운데,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이 주목된다.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극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주도권은 한 전 장관이 쥔 형국이다. 두 사람의 발언을 통해서도 무게추가 기울어 있음이 드러난다.
한 전 장관은 지난 21일 법무부 이임식 직후 기자들 만나 '이준석을 만나느냐'는 질문에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특정한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대는 안 한다"라면서도 "요청이 있으면 만나겠다"라고 몇 차례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대체재와 보완재 성격을 지니는 관계다. 두 사람 모두 여당 당 대표로선 드물게 젊고,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의 약점인 2030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만약 두 인물이 총선을 앞두고 힘을 합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한 전 장관의 등장으로 이 전 대표의 입지가 대체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인 윤재옥 원내대표는 22일 한 전 장관을 예찬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여권 인사 중 1위로 나오고, 기성 정치인과 전혀 다른 참신한 언행으로 청년, 중도층으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만남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 전 장관은 오는 26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바로 다음 날인 27일을 탈당의 디데이(D-day)로 정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만난다면 성탄절인 25일이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한 전 장관과 만나지 못하더라도 "일정대로 탈당을 감행하겠다"라는 입장이다. 한 측근 인사는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을 서둘러 한 배경에는 우리의 탈당에 따른 주목도, 명분 등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예정했던 일정대로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주변에선 만남을 추천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인물이 엇갈린다.
하태경 의원은 "한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안 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다면 훨씬 넓은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준석 신당이라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때 굳이 이미 다 쓰러져가는 이 전 대표의 몸값을 올려주는 쇼에 한 장관이 초반부터 힘을 뺄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 전 장관이 국민의힘에 구원 등판하면서 기존 이 전 대표의 측근이나 제3지대를 추구하는 신당 세력이 흔들리는 조짐도 감지된다. 이 전 대표가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지원했던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명 중 1~2명은 동반 탈당을 하지 않고, 당에 잔류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