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은 소득 8천만 원 이상 고소득자 수가 1년 전보다 2.6배가량 늘었다. 전체 주담대 신규 차주 가운데 고소득자의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고소득 주담대(이주비·중도금·전세대출 등 제외) 신규 차주 수는 5만6327명으로 전년 동기(2만1721명)의 약 2.6배에 달했다. 전체 주담대 신규 차주 수는 33만7397명으로 전년 동기(17만4451명)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처럼 고소득 주담대 신규 차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3분기 누적 기준 고소득 차주 비중은 16.7%로, 1년 전(12.5%)보다 4.2%포인트나 뛰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신규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은 지난 2020~2022년 10%~13%대를 보이다가 올해 1분기에 16.5%로 급등한 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주담대 신규 차주가 증가한 배경으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꼽힌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고, 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로 설정돼있었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차등 적용 규제도 없앴다. 올해 초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기도 했다.
신규 차주 가운데 유독 고소득 차주 비중이 높아진 이유로는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주별 DSR 규제는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로, 현재 1억 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결국 실질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고소득자에게 부동산 규제 완화 혜택이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가운데, 고소득 차주 위주의 대출 증가세는 자산·소득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와 황설웅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에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규제에 따라 대출은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조정되므로 비금융자산을 담보하는 대출의 경우에도 그 규모가 차주의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을 통해 더 많은 비금융자산을 취득할 수 있었고, 이후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자산불평등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도 확대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