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신분인 오타니는 10일(한국 시각) 다저스와 계약 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0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는 MLB, 북미를 넘어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오타니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액(10년 4억 5000만 달러), 에인절스 외야수 마이크 트라우트의 MLB 최고 몸값(12년 4억 2650만 달러) 기록을 쉽게 제쳤다.
또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 닷컴에 따르면 오타니의 계약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맺었던 역대 최고 규모 계약, 6억 74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규모다.
연평균 7000만 달러(924억 원)를 받을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으로 2024시즌에는 지명 타자로만 나설 예정이다. 정규 리그 162경기에 모두 출전해도 경기당 5억 7000만 원, 경기당 5차례 타석에 들어서도 한 타석당 1억 1000만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KBO 리그 2023시즌 평균 연봉은 1억 4648만 원이다. 오타니가 한 타석을 소화하면 KBO 리그 평균 연봉 수준의 금액을 수령하는 셈이다. 오타니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LB 닷컴은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기간 내 평균 수령액은 7000만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오타니가 구단에 먼저 연봉의 상당액을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 받는 '유례없는 연봉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MLB는 경쟁 균형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총 연봉을 제안하고 있다. 2023년 경쟁 균형세 부과 기준은 2억 3300만 달러였다. 이를 넘기면 첫해는 초과 금액의 20%, 2년째는 30%, 3년째는 50%를 지불해야 한다.
다저스는 올해 연봉, 계약금 분할 지급 등으로 총 2억 6720만 달러를 써서 경쟁 균형세를 냈다. 총 연봉이 높은 구단이라 오타니를 영입하면 추가 보강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오타니의 연봉 지급 유예 제안으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LB 닷컴은 "오타니는 다저스가 경쟁 균형세의 부담을 덜고 전력 보강에 나설 수 있도록 구단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2018년 빅 리그 진출 후 아직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는 오타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열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다저스의 영입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에 이어 FA 선발인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다저스의 다음 영입 대상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될 수 있다"면서 "다저스는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모두 영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 시즌에는 타자로 135경기에 나서 타율 3할4리 44홈런 95타점 102득점 OPS(장타율+출루율) 1.066을 기록, 투수로는 23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으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생애 2번째 아메리칸리그 MVP(2021년, 2023년)의 영예를 안았다.
이제 오타니의 마지막 퍼즐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MLB 닷컴은 "아직 포스트 시즌 경기를 치르지 못한 오타니는 자신의 커리어의 다음 장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것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