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차세대 거대 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면서 '초거대 AI 대전'에 뛰어들었다. 오픈 AI·마이크로소프트(MS) '챗GPT 연합군'과 본격 경쟁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빅테크 중에서 AI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IBM은 AI 관련 기업·기관 50개 이상과 'AI 동맹'을 결성하며 추격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챗GPT 출시 1년 만에 빅테크 간 초거대 AI 경쟁 구도가 '3파전' 양상이 전망이다.
구글은 5일(현지시간)으로 전 세계 주요 매체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미나이의 성능과 각종 지표를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 있으며 코딩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멀티모달 AI로 만들어졌다. 또한 수학문제를 풀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도의 추론 능력도 갖췄다. 제미나이는 구글의 챗봇인 바드(Bard)에 탑재돼 서비스가 시작됐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제미나이는 MMLU(대규모 다중작업 언어 이해)에서 90%의 점수를 얻었다"면서 "이는 인간 전문가 점수인 89.8%를 넘은 최초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2개 지표 중 30개에서 현재 가장 우수한 모델의 성능을 압도했다"고 자신했다. 현재까지 87%로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오픈AI의 GPT-4보다 제미나이가 더 뛰어나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금까지 AI 대전의 선두주자는 단연 오픈AI였다. 오픈AI는 MS(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거대 자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세를 키워왔다. 'GPT-4'에 이어 지난달 'GPT-4 터보'를 선보이면서 기술 변화를 이끌어왔다. GPT-4 터보는 최대 300페이지까지 입력할 수 있어 책 전체를 요약해 줄 수 있고 최신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 3'(DALL-E 3)의 이미지와 텍스트·음성 변환도 지원한다. 그러나 최근 오픈AI 이사회와 샘 올트먼 CEO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그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구글이 빠르게 반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미나이는 '알파고 충격'의 주인공인 구글 딥마인드와 구글브레인이 올해 4월 단일 조직으로 통합해, 챗GPT 따라잡기에 사활을 걸고 개발한 결과물이다. 여기에다 오픈AI는 챗GPT 기반 앱 생태계와 기업 시장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한 단계 진화한 AI인 GPT-5를 개발하고 있다. 선두에 선 두 기업이 폐쇄형 사업모델로 격차를 벌리는 가운데 메타·IBM·오라클·인텔 등 상대적 후발주자들은 오픈소스를 기치로 내걸며 연합전선을 구성해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예일대, 코넬대 등 대학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기관까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