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부산을 떠나 험지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당내에서는 싸늘한 반응과 함께 일부 비판도 제기된다. 종로에 같은 당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험지출마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라는 것이 비판의 논리다.
하 의원은 앞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를 빼앗긴 채로는 수도권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3번에 걸쳐 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이고 지난 총선 기준으로 볼 때 종로도 서울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험지이고 격전지"라며 종로가 험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인의 출마에 당과의 상의가 있었음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도부는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사전에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채널A에 출연해 "하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의원님 존경합니다' 이렇게 문자를 바로 보냈는데, 지금은 '그 문자 취소합니다'라고 보내고 싶다"며 혹평했다.
특히 서울 종로는 지난 3월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최재형 의원이 버티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문의 목소리는 커진다. 하 의원이 지난달 부산 해운대갑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민주당 의석을 2곳 빼앗아오는 효과가 있다"고 장담한 게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종로는 16~18대까지는 박진 외교부장관이 내리 3선을, 19~21대까지는 민주당이 차지한 곳으로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분류된다. 강남3구를 빼면 대부분이 험지인 여당의 수도권 사정에서는 '그나마 해볼 만한 곳'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 안팎 인사들도 냉담한 반응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험지 출마를 하신다고 처음에 깃발을 드셨는데 지금까지 우리 당에서 한 번도 당선되지 않거나 과거에 당선했다가 상당 기간 빼앗긴 곳에서 경쟁력을 보이겠다는 걸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도 "어쨌든 현역 의원이 계신 곳이다. 그냥 현역도 아니고 0.5선한테 '너 비켜, 내가 해야 돼, 왜냐하면 너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얘기하는 것은 매우 예민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서울 종로는 당의 전략적 카드로 남겨두는 곳인데 반해 하 의원의 돌발 출사표로 향후 수도권 전략의 진행에 있어서 "스텝이 꼬이게 됐다"라는 불만도 있다.
실제 종로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3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에 출마해 민주당 주자를 꺾고 대권주자로 부상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원희룡, 한동훈 출마설이 나올 때는 험지고 하태경이 나오면 험지가 아닌 것이냐, 이건 좀 이상한 논리"라고 항변했다.
온통 비판이 제기됨에도 하 의원이 종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험지출마의 취지였던 '헌신'보다 본인의 정치적 체급을 높이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거물급 장관들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본인의 주목도를 키우기 위한 '자기정치'라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한 초선의원은 "현역 의원에게 도의가 아닐뿐더러 험지출마의 의미도 퇴색됐다. 전형적인 자기정치"라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하 의원이 끝까지 종로 출마를 고수하기보다는 교통정리 과정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지역구와 '딜'을 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