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와~저기가 북한이라구요?" ②천오백년 역사 품은 건봉사…분단 70년 상흔 곳곳에 ③금강산까지 32km…그러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④'대국민 사기극' 평화의댐…평화·안보관광지로 변신 성공 ⑤철원에서 멈춘 금강산행 열차…언제 다시 달릴까? ⑥전쟁 참상 간직한 백마고지…한반도 평화는 언제 올까? ⑦"남방한계선 마주했을때 답답함과 애절함이란…" (계속) |
지난 13일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발족식으로 힘찬 첫발을 내딛었던 DMZ 자유평화 대장정. 어느덧 6박 7일의 시간이 흘러 19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전날 강원도 철원에서 일정을 모두 마친 원정대는 버스로 3시간을 이동에 인천 강화도에 있는 성산청소년수련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새 아침을 맞았다.
해단식 장소는 북한 땅이 한 눈에 들어오는 평화전망대. 이 곳은 원래 우리군 관측소로 이용되다 2008년부터 전망대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뿌연 연무 때문에 선명하게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수영 선수는 헤엄을 쳐 건널 수 있는 거리에 펼쳐진 바다 건너 저 땅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가슴을 짖누르는 묵직함이 대원들에게 전달된다.
1996년 한여름 수해때 남북 중간 수역에 있는 유도에 떠 내려온 소를 구출하기 위해 유엔사 회원국들이 머리를 맞댄 일이나, 이렇게 구한 소에게 '평화의 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제주도에게 가져온 '통일의 소'와 합사시켜 '평화통일의 소'를 낳게 한 결과 제주도에서 후손들이 번성하고 있다는 해설사의 설명은 언젠가 다가올 통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평화전망대에서 끝난 여정
이윽고 이어진 해단식.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인천광역시, 강화군 등 이번 행사를 위해 도움을 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대장정의 성공을 축하했다.
행정안전부 임철언 균형발전지원국장은 "DMZ 평화의 길은 행안부와 접경지역 지자체가 자유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접경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길"이라며 "이번에 걷고 탐방한 524km의 DMZ 평화의 길로 자유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명의의 완주증을 수여 받고 마치 어린 시절 상을 받은 것처럼 뿌듯해 했다.
대원 전인정(34) 씨는 완주 소감을 통해 "아버지가 42년 전 지켜낸 화천 7사단의 GP와 동생이 12년 전 지켜낸 양구 2사단의 포병대처럼 어딘지도 모를 골짜기 앞 고지에서 고생하고 계신 국군 장병들께 감사함을 마음에 담았다"며 "우리 민족이 위압과 경계의 얼굴이 아닌 애정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젊은 시절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다는 전성헌(64) 씨는 "43년 근무했던 이 지역을 다시 지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랐다"면서 "남방한계선을 마주했을 때 그 답답함과 애절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감개무량했고 눈물이 맺혔다"며 다시 한번 감회에 젖었다.
대원들은 참가자들의 이어지는 소감 발표에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동의를 보내는가 어떤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다. 6박 7일간 DMZ를 함께 걸으며 분단의 아픔을 몸소 느끼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 나아가 통일의 필요성까지 통감했기 때문이리라.
'70초'…남북의 평화‧화해 기원하기 충분했던 시간
원정대원들에게는 사실 첫날부터 주어진 한 가지 미션이 있었다. 해단식 전날 저녁 진행되는 '70초 영상제'에 출품할 영상을 내야한다는 것. 말 그대로 각 조에서 70초 분량의 영상을 찍고 편집해 완성해야 했다.
이를 위해 총 7개조 원정대원들은 6박 7일 94km의 여정을 함께 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영상을 찍고, 또 찍었다. 출발 전 외치는 각 조의 구호 소리는 어색했던 첫 날에서 벗어나 험난한 코스가 이어질수록 또렷해졌고, 합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때로는 어색한 연기와 포즈에 함께 웃고, 때로는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나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빚어낸 이들의 영상엔 능숙한 편집 기술 대신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여정 내내 원정대를 이끈 스태프들이 심사위원이 돼 고심 끝에 채점한 결과, 3조가 70초 영상제의 최종 우승조에 선정됐다. 3조는 영상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여정을 통해 느낀 자유‧평화‧통일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3조의 박현주 씨는 "DMZ 평화의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부분을 온전히 영상에 담고자 했다"며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 속 고이 간직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며 걸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