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횡재세, 전문가들 왜 회의적일까?

고금리에 수익 올린 은행권에 횡재세 도입하자는 민주당
금융당국도 검토하다 최근에 정부여당은 반대 입장 분명히
전문가들 "정치적인 의도 다분" 세금 안정성 등 이유로 반대 의견 보여
소수는 찬성 "하려면 단기적으로 속도감 있게 해야"

연합뉴스

금융당국에서도 한때 도입을 검토하고,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에 대해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 경제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조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금융당국 고민했지만 정부여당 '반대'로 유턴, 이재명은 강력 추진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전시 또는 경제 위기, 초인플레이션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부과됐던 전례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린 은행권에 대해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은행에 대한 횡재세에 대해 초창기 다소 긍정적인 입장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최근에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정부여당)에서는 반대 입장으로 분명히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고금리로 엄청난, 특별한,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거둔 금융기관들 그리고 고(高)에너지 가격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께서도 70% 이상이 횡재세 도입을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환수한 기여금을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직접적인 지원 사업에 쓰이게 한다는 취지이다.

전문가들 상당수 부정적 "정치적 논의 다분"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은 횡재세에 어떤 입장일까?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횡재세를 도입하려고 하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은행들이 돈 많이 벌었으니 내라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마녀사냥을 하듯 돈을 많이 벌었다고 몰아붙인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면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오히려 소극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이익이 나서 횡재세를 냈는데, 만약 내년에는 당장 유가가 폭락해 손실히 났을 때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으라는 식이라면 과연 형평에 맞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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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를 도입한다면 해당 조건과 세표 기준을 명확히 한 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교수는 "거꾸로 손실이 났다면 보존을 해주던지 하는 등의 원리원칙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는다면, 법안은 포퓰리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횡재세 도입은 세금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성 교수는 "은행의 경우 라이센스 체제로 독점력을 부여받았고, 상당히 많은 예대마진을 확보해 수익을 올린 경향이 있다"면서도 "세법을 건드리면서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수가 부족하다고 해도 횡재세 도입은 근본 해결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명제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누진세 등을 적용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걷겠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현재 학계에서 연구를 통해서 학문적, 학술적으로 뒷받침 돼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로 급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역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성 교수는 "정부에서 세수가 모자라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증세를 논의해야지, 잘 뛰는 사람에게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패널티를 주겠다는 방식으로 세수를 충당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시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횡재세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학자도 있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에너지 기업이나 은행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금리와 고유가  등 기업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는데 생긴 과다 이익이 사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고통스럽게 부담하는데서 나오는 것인데, 그것을 다시 거두어 도움을 주는 취지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 교수는 "장기적인 세제 개편으로 할 것은 아니고 단기적으로 도입한다면 상당히 합리적인 방안일텐데, 거둬야할 시기가 있고 미적미적 해서는 안된다"며 "속도감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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