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원하는 바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개발도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그 부분을 새롭게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노력과 플레이어의 바람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23 현장을 찾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각오다. 그는 "MMORPG가 아닌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로 이용자들을 만나러 왔다"며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소통을 희망했다.
MMORPG 명가 엔씨소프트의 현재를 만들어 준 작품은 리니지 시리즈이지만, 동시에 이기고 싶으면 돈을 쓰라는 '페이 투 윈(Pay to win)' 게임의 대명사가 되면서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리니지의 성공 모델 따라하려는 업체들이 만들어 낸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양산되며 게임 시장 자체를 오염시켰다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그랬던 엔씨소프트가 지스타2023에서 시연 작품으로 공개한 3가지 게임은 확실히 과거의 엔씨소프트 게임에서 찾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스토피아 서울 봉은사로에서 오크들과 '총싸움'
이번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PC로 시연해볼 수 있는 작품 'LLL'은 PC·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오픈월드형 MMO 슈팅 게임이다. 엔씨소프트에게는 가보지 않았던 길인 셈이다.
LLL은 개발 초기부터 해외 출시를 가정한 작품으로, 전 세계 슈팅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SF 요소를 담고, 실제 총기를 모티브로 최대한 현실성 있는 무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LLL 배재현 총괄은 "미래와 21세기 파괴된 서울, 중세 시간대가 뒤섞인 곳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플레이하는 오픈월드 컨셉"이라며 "차세대그래픽과 오픈월드, AAA급 퀄리티를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은 파괴된 서울에서 진행된다. 특수 제작 슈트를 입은 주인공은 라이플, 샷건, 피스톨 등으로 무장한 채 다른 유저들과 함께 강남구 코엑스 부근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오크들을 무찌르며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지스타 현장에서 시연해 본 결과, 코엑스 일대의 재현율은 상당한 수준이다. 디스토피아적 설정에 차들은 반파돼 있고, 도로 위에는 잡초와 각종 잡동사니가 무성하지만, 봉은사로의 빌딩 숲이나 '버스 전용' 안내 표지판과 같이 한국인이라면 친숙한 요소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조작은 비슷한 게임을 즐겨봤다면 별도의 튜토리얼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존 슈팅게임과 유사하다. 대신 '화력형'·'유틸형'·'은신형' 등 캐릭터 특성에 따라 방패를 펼치거나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특수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슈트에는 '일시 도약' 기능이 포함돼 한번에 건물 3층 높이 정도는 점프할 수 있는 등 전략적인 움직임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단계라 시연 자체만으로는 적군인 오크들의 종류별 특색이나 위협적인 움직임들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 또 MMO 슈팅이라지만 단순히 다른 유저와 같은 공간에서 총을 쏘는 것 외에 더 깊은 협동 플레이는 경험할 수 없었다.
LLL의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엔씨는 지스타 현장 등에서 더 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황성진 LLL PD는 "전술조명 같은 걸 켜서 적을 확인하지 않으면, 빛이 아예 없는 공간은 소리로만 플레이해야 한다"며 "공포스러움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이 펼쳐지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난투 '배틀크러쉬', 누구나 쉽게 무료로
배틀크러쉬도 '난투형 대전 액션' 장르 게임으로 엔씨소프트에게는 새로운 영역이다. 닌텐도 스위치, 스팀(PC), 모바일 플랫폼에 출시되며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다.
캐릭터들은 그리스·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등을 재해석해 탄생시킨 15종이 준비 중이다. 포세이돈, 우루스, 헤라클레스 등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특징과 스킬을 지니고 있다.
게임 모드 중 하나인 배틀로얄은 최대 30인의 플레이어가 참여해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싸우는 방식으로 기자가 직접 지스타 현장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시연해 봤다.
게임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위에서 내려보는 '쿼터뷰'이기 때문에 조작이 직관적이다. 신경써야 할 버튼도 약공격, 강공격, 궁극기, 점프 등 많지 않고, 규칙이 상대방의 체력을 줄여 필드 밖으로 떨어트린다는 단순한 내용이기 때문에 간단한 튜토리얼만 끝나더라도 게임 플레이는 가능한 수준이다.
스킬 사용 범위, 쿨타임, 피격·타격 표현 등이 애니메이션으로 바로 표현되기 때문에 따라가기 비교적 용이하고, 게임 한 판도 10분 안팎에 종료된다. 배틀크러쉬 강형석 캡틴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교적 쉬운 조작과는 별개로 파고들 요소가 다양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에서부터 지형이 파괴되고, 풀숲이 곳곳에 숨어 있어 기습이 가능한 요소 등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공격이나 회피 등 모든 기능은 한정된 기력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남발할 수 없고 나름의 고민이 필요하다. 필드 곳곳에 산재된 아이템을 모으며 스펙업을 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기자가 체험해 본 헤라클레스 캐릭터는 근접 공격을 하기에 원거리 캐릭터들의 공격을 지형·지물을 활용해 피하면서 빈틈을 파고들어야 하는 식이다. 기자의 손이 안 따라줘서 무작정 돌진했다가 '링 아웃'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배틀크러쉬가 '페이 투 윈'이 아닌 '실력 게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이 게임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데 기본적으로 부분유료화 모델이기에 플레이 자체는 무료로 가능할 전망이다. 과금 모델은 배틀패스 방식이다. 엔씨는 2~3달에 한번씩 배틀패스를 출시할 계획인데, 기자가 확인한 시연 버전의 배틀패스는 임무 수행에 따라 캐릭터별 의상이나 무기의 스킨 등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고, 데미지 등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없었다.
강형석 캡틴은 "'배틀크러쉬'의 여러 요소들이 이용자들이 굉장히 기다릴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시 이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기고 기뻐하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금' 먼저 떠오르는 수집형RPG에도 "시간 쓰면 다 해결"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BSS는 엔씨가 개발 중인 수집형 RPG 게임인데, 이 또한 해당 장르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차별점을 뒀고, BM 모델도 기존과는 다르다. 블레이드&소울 IP를 재해석해 신규 IP로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60여 명의 동료들을 모아 5명의 캐릭터를 조합해 모험을 진행하는 게임이다.
다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라는 소통이 가능한 환경에서 플레이를 해야하고, 시나리오 최종 보스 전투와 같은 곳에는 '전술 전투'라는 개념을 도입해 캐릭터 조합에 더 큰 깊이를 뒀다.
블레이드&소울 IP를 차용했기 때문에 기존 게임 팬들이 더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도 용이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시에 엔씨는 '확률형 뽑기' 등으로 악명 높은 수집형 게임의 BM 모델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고기환 캡틴은 "BM은 우리도 현재 고민 중이다. 게임성에 적합한 형태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시간을 투자하면 획득이 가능하다. 캐릭터도 수직이 아니라 수평의 개념로 구현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시간 단축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