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는 정신적 치유의 메시지를 주는 곳으로서의 사명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일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센인 전문 치료·요양기관인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았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로서는 세번째, 보수정당 소속 대통령 배우자로서는 첫번째 방문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희호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가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환우들을 격려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배우자 육영수 여사가 전남 나주와 익산의 한센인촌을 방문하고, 소록도 한센병 환자 자녀들을 청와대에 불러 다과를 베푸는 등 한센병 환자 복지사업에 큰 공로를 세웠지만 소록도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김 여사는 전남 고흥의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 환자들을 위로하고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소록도병원 치료 병동에서 한센병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맞잡고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즐겁게 생활하시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어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과 만나 환자·의료진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유자차를 함께 마시며 대화했다. 환자들은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열기도 하며, 또한 기도로 아픔과 외로움을 극복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소록도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된다"는 말로 신앙생활의 힘에 깊이 공감하며 "소록도의 생활과 풍경 그리고 여러분의 애환이 담긴 작품을 통해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여사는 "저 역시 소록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여기를 찾았다"며 "소록도는 더 이상 환자들만의 거주 공간이 아니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탐방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소록도가 어떤 공간인지 더 잘 알아야 한다"며 "소록도는 정신적 치유의 메시지를 주는 곳으로서의 사명이 있다"고 했다.
김 여사는 한센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고 치료하는 의료진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고흥 유자 체험농장에서 직접 만든 유자청과 순천 아랫장에서 구매한 마른 멸치를 전달했다.
김 여사는 의료진과 만나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여러분들이 진정한 천사"라며 "소록도병원은 의학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의 정신적인 치유도 돕고 있다"고 감사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센병·한센인에 대한 편견 극복과 소록도의 역사·문화적 의미 확산을 위해서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 여사는 국립소록도병원 방문에 앞서 전남 고흥 유자 체험농장을 찾아 지역 새마을회·부녀회 회원들과 직접 유자를 따고 유자청을 담았다. 김 여사는 전남 순천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방문해 수산물과 채소 등을 구매하고 상인들과도 만났다. 김 여사는 상인에게 "경기가 많이 안 좋냐"고 물었고, 상인이 "사람들이 잘 안 나온다"고 답하자 "그래서 제가 대신 왔다"며 "앞으로 많이 파실 수 있도록 제가 서울 가서 홍보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쪽방촌과 미혼모 복지시설 등 방문에 이어 발달장애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요요마 토크콘서트, 국립소록도병원 방문까지 소외된 이웃을 위로하는 따뜻한 동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발달장애 연주자들과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가 함께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선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그 사회와 국가 수준의 척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요마는 "윤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김 여사가 순수한 마음으로 장애 예술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며 대통령 집무실에 발달장애 작가의 미술작품이 전시된 것 또한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자 메시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발달장애 화가인 김현우(픽셀 킴)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 드로잉' 작품을 걸었고, 김 작가를 집무실로 초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통령실 1층 로비에 발달장애 예술가 작품 15점을 전시하는 등 장애예술인들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김 여사도 지난 4월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 특별공연과 9월 한빛예술단 창립 20주년 기념음악회를 관람하는 등 장애 예술인들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함께 해왔다.
9월에는 자살 예방 관련 행사에 참석해 정신건강 활동가, 자살 시도 후 회복자와 가족 등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비난을 받은 일을 꺼내며 "심지어 여러 사람으로부터 제가 어떻게 되기를 바란다는 얘기까지 듣는 힘든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생각과 의견의 차이가 생명의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디자인 코리아 2023'와 전남 목포에서 열린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시도 방문하는 등 전시기획자로서의 오랜 경력과 연관된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디자인 코리아 2023'에서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깜짝'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여사의 행사 참석 기준은 뚜렷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잘 차려지고 알려진 행사보다 본인이 꼭 필요하고 도움될 수 있는 행사에 가겠다는 게 여사님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역 새마을회 초청으로 부산, 대구, 포항, 대전, 강릉, 제주 등에서 봉사 활동에 참여했고, 플라스틱 소비 중단을 의미하는 '바이바이 플라스틱(Bye Bye Plastic)' 활동과 '개 식용 종식 운동',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 등 각종 사회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