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규탄', '中 역할', '한미일 협력'…외교 이어 국방장관회담까지[안보열전]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오늘은 김형준 기자가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막 끝난 현장에 가 있어서요, 바로 연결해서 생생한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김형준 기자, 나와 있나요?

[기자]
네, 외교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금 2년 반만에 온 건가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어젯밤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도착했고요. 오늘 오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고, 오후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서 회담을 한 뒤에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국제정세가 살얼음판인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좀 무거운 주제들이 거론됐는데요.

특히 두 장관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지원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전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압박을 위한 추가 행동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직접적으로 어느 나라인지 적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뜻하는 건데요.

그러면서도 이번 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중국과 소통을 통해 미중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미국 측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박진 장관은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최근 미중관계가 대립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으니까 우리도 그런 방향을 지지한다, 이런 의미로 해석하면 될까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가 중국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박진 장관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해 왔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또 이것을 도발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약 2주 전에 블링컨 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만났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데요. 블링컨 장관은 이런 고위급 회동을 했을 때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하는 데서 발을 떼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했다, 이렇게 오늘 기자회견에서 설명했습니다.

[앵커]
근데 또 지금 한미일 안보협력도 계속 가속도를 내고 있잖아요?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대상으로 한 거지만 사실은 중국을 상대하겠다, 이런 의도도 읽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서도 오늘 언급이 꽤 있었어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결과 중에 3국이 정례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그러니까 군사훈련이죠.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쉽게 말해서 북한에서 우리가 가장 가까운데 해군 이지스함이나 공군 그린파인 레이더에서 탐지한 미사일 정보를 기존에는 미국에만 실시간 공유했는데, 일본까지 포함해서 3국이 실시간 공유한다는 겁니다.

박진 장관은 이 정보 공유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태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좀더 진전된 형태인 3자 훈련에 대한 언급은 아주 짧게만 있었는데 뭐 이건 아무래도 국방부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3국 외교장관이 다시 모여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좀더 두고 볼 문제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나요?

[기자]
네, 뭐 요즘 안 그런 분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특히 군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 인공지능, AI거든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사람을 살상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문제라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는 군사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과 관련된 규범 마련을 위해서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및 자율성의 책임 있는 군사적 활용에 대한 정치적 선언에 참여하기로 했고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또 내년에 우리가 주최할 예정인 책임 있는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고위급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듣다 보니 이게 지금 외교부인지 국방부인지 헷갈릴 만큼 군사 관련 내용이 굉장히 많네요. 그만큼 국제정세가 굉장히 심각하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근데 또 조만간 국방 분야에서 굵직한 회담이 하나 있다고요?

[기자]
네, 한미 국방장관이 1년에 한 번 만나서 군사안보 측면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안보협의회의, SCM이 다음주 월요일, 13일에 열립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오늘 블링컨 장관과 회담한 뒤에 나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열리는 거예요. 다만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한꺼번에 만나는 2+2 회담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크게 북한 정세 평가와 대북정책 공조,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국방과학기술과 글로벌 방산협력, 한미일과 지역 안보협력 분야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니까 올해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출범한 핵협의그룹 NCG, 또 아까 말씀드렸던 한미일 3자 훈련 등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 논의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4일도 주목할 만한데 17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의 대표 또는 국방장관과 우리 국방부 장관이 만나는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담이 예정돼 있어요.

유엔사는 6.25 전쟁 때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만들어졌고 당시에 참전한 연합군을 지휘했고요, 지금은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만약에 전시가 되면 증원전력을 관할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한반도로 들어오는 외국의 증원전력이요.

우리나라는 유엔사 회원국은 아니예요. 당사국이예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유엔사의 역할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아예 우리가 회원국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건 결국 북한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는 기조이고, 유엔사는 미국이 주도합니다. 유엔에서 미국에 권한을 위임해 줬거든요. 결국 한미동맹 강화, 또 미국의 전략 중 하나인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 위협에 대처한다는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개념과 연관을 지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회원국으로 가는 방향이 맞고, 가입에는 전혀 제약이 없다면서도 국익 차원에서는 좀 이견이 있다면서 협의를 더 해 나갈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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