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벌리고 시간은 번다"…메가서울, 오세훈의 한 수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공식적인 서울 편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메가 서울' 논의의 판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병수 김포시장 면담 직후 김포시와는 편입의 효과와 영향을 따져보는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구리와 하남, 고양시 등의 서울 편입 가능성과 효과를 연구하는 서울시 자체 조직도 꾸릴 예정이다. 당장 다음주인 13일에는 백경현 구리시장을 면담한다.

경기도는 물론 같은 당인 인천시나 대구, 경북, 충남에서도 메가 서울 논의에 반기를 들었지만, 오 시장은 외려 판을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주목할 부분은 논의의 크기는 키우되, 속도는 늦췄다는 점이다.

공동연구반을 꾸리기로 합의는 했지만, 당장 주민간담회를 시작으로 여론조사 계획까지 내놓으며 속도전에 나서는 김포시와는 달리, 서울시는 일단 정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우선이라며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연구반의 구성 방식이나 운영일정 등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오 시장은 6일 김 시장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가지 장단점을 분석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추후에 진전된 논의를 하기로 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강조했다.

아울러 구리와 하남, 고양시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동일생활권 삶의질 향상 TF'의 경우에도 터져나오는 주변 도시들의 서울 편입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구리와 하남, 고양시 등에서는 이미 어떤 형태로든 서울시 편입 문제 제기가 시작됐고,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은 기초지자체도 추가로 입장표명이 몇군데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장 표명이 나올 때마다 따로따로 검토하기보다는 동일 생활권 안에 있는 모든 지역을 염두에 두고 분석을 시작하겠다는 것. TF조직은 서울연구원이 중심이 돼서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의 발언에 따르면 연구결과는 한두달 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쯤에는 나올 예정이고, 도출된 연구 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한 뒤 여론 수렴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은 내년 총선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정치쇼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위한 포석이다. 

오 시장은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돌출된 이슈라 어떤 형태로 의견을 내더라도 정치화 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연구기간이 필요하고 내년 총선 이후까지 논의를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것이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가 편입에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는 "그런 상황을 가정해 답변드리기는 조금 이른 국면"이라고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포시는 물론 현재 서울시 편입 요구가 나오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의 편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총선용 정치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카드로 '연구조직을 통한 검토 후 시민의견 수렴'이라는 카드를 내세운 셈이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백브리핑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판은 벌리되 시간은 번다'는 오세훈의 한 수는 통할까. 당장 오는 16일 메가 서울 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3자 회동이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은 "(무엇을 이야기할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김포시 편입 문제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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