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경제활동 역시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곳이 중국이다. 혹자는 '돈만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본을 축척한 부자들이 고급주택에 살며 최고급 외제차를 타고, 운전기사에 가정부를 부리는 것을 흠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서민들도 자본주의 첨병인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선봉장 미국과 수년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이폰.스타벅스.테슬라 등 가장 미국적인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이 중국이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으로 옮겨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인의 경제활동은 자본주의 국가 만큼이나 자유가 보장되지만 정치적인 의사표현이나 언론의 자유는 철저하게 통제된다.
오죽하면 각각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 수장인 두 명의 장관 겸 국무위원이 몇달 동안 명확한 사유도 없이 실종됐다가 갑자기 경질돼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전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또, 민주화를 요구하던 수십만 명의 대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수십 년이 지난 아직까지 언급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격려의 포옹을 한 중국 육상선수 두 명의 참가번호가 톈안먼 시위가 벌어진 6월 4일을 연상시키는 6번과 4번이라는 이유로 관련 사진이 삭제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다 이런 전통적인 통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제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시행된 반간첩법 개정안, 그리고 대외관계법과 데이터안전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안보는 물론, 중국의 이익이라는 애매한 사유를 들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밖에도 종교 활동 장소에 대한 관리 명령(19호 명령), 애국주의 교육법, 치안관리처벌법 등을 통해 종교와 교육, 그리고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분야를 통제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강화되고 있는 이같은 일련의 통제 강화는, 1인 장기 집권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련의 통제 조치들이 중국 경제를 스스로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데 있다. 강력한 통제 조치는 오랜 세월을 거쳐 확보된 경제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또, 내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내 외국이나 외국기업들까지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 침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주력하고 있는 해외 자본 유치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자본 유치는 커녕 어렵게 유치한 해외 자본이 빠져 나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가 전월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750억 달러(약 101조 5천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 2016년 말 이후 가장 컸다.
증시에서도 해외 자본이 유출돼 지난 8월 7일부터 10월 19일 사이 선강퉁·후강퉁을 통해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21억 달러(약 29조 9천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 경제의 침체 원인을 글로벌 경기침체나 미국과의 갈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 요인에 앞서 중국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통제가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