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한 쇼뮤지컬 '시스터즈'는 빛바랜 사진 속 K팝 걸그룹 전설 6개 팀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1940년대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들이 모여 만든 '저고리시스터',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인기를 끈 원조 한류스타 '김시스터즈', 19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윤복희를 배출한 '코리안키튼즈', 1970년대를 풍미한 '바니걸스', 인순이가 몸담았던 '희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시스터즈'의 공동극본과 연출을 맡은 박칼린(56)은 지난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윤복희, 인순이 선생님부터 시작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자료 조사를 했다"며 "걸그룹이 탄생한 건 1937년인데 370개 팀 중 업적을 기리고 싶은 6개 팀을 최종적으로 골랐다. 시대에 따라 음악과 의상 스타일이 바뀌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그날 공연을 안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들이 그날 완성된 공연을 처음 보셨는데 '이건 아니잖아'라고 할까봐 내심 겁났죠."
기우였다. "윤복희 선생님은 주차장에서 저를 기다리시다가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죠. '검정색 치마를 더 찢어야 한다'고도 했어요. 하하"
'시스터즈'는 걸그룹을 연기하는 여배우 10명(유연·신의정·김려원·선민·하유진·이예은·정유지·정연·이서영·홍서영)과 해설자를 맡은 남배우(황성현) 1명 등 총 11명이 출연한다. 그런데 한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는 7명(여배우 6명·남배우 1명)뿐이다. 여배우들은 매 공연마다 주연 2명과 조연 3~4명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한다.
박 연출은 "모든 배우가 그룹의 주축 멤버와 그렇지 않은 멤버를 함께 연기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해야 서로 연기를 비교하며 발전하고 다른 사람이 어긋났을 때 메워줄 수 있다. 이것이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박 연출은 "'이시스터즈'가 악기를 연주하지 못했다면 (미국에서) 묻혔을 것 같다.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볼 것 없다"며 "배우들이 다들 욕심내서 악기를 배웠다. 삑사리마저 사랑스럽다"고 웃었다.
'시스터즈'는 6개 팀의 전설적 무대를 재현하는 쇼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 시대 팽배했을 여성 억압 등을 부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박 연출은 "한국 역사 속 여걸들을 기념하고 싶었다. 이분들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작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처녀 합창'(저고리스시터), 'You Are My Sunshine'(김시스터즈), '울릉도 트위스트'(이시스터즈), 'What I'd Say'(코리안키튼즈), 'La Rosa Nera'(바니걸스), '한 마리 새가 되어'(희자매)와 '커피 한 잔' 등을 그때 그 시절 느낌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옛날 신문, 사진, 영상 등을 무대 스크린에 띄워 그 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박 연출은 "관객들이 이분들의 노래를 모르는 건 걱정하지 않았다. 작품만 제대로 만들면 스토리가 풀린다고 생각했다"며 "연령대에 상관없이 한국인 모두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