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의 신념이다. 리니우는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르킨 '밤의 기도'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한다.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이 작곡한 '밤의 기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이다.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에서 리니우의 지휘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했다.
리니우는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근 러시아의 공습으로 '밤의 기도'를 작업한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수많은 건물이 파괴됐다. 이런 모습을 보는 건 끔찍한 경험"이라며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은 영혼의 구원 문제를 다룬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받은 곡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고 있는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지 말자는 움직임에 대해 그는 "이들의 음악은 한 나라에 속한 게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인류 유산이다. 푸틴의 것이 아니"라며 "라흐마니노프가 지금 살아 있다면 푸틴 그리고 지금의 전쟁을 반대했을 거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니우는 우크라이나 클래식 음악계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2016년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같은 해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열리는 르비우 모차르트 국제 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했다.
리니우는 "독일에서 2주간 투어할 때 오케스트라에 키이우에서 온 14살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근 일주일간 공습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방공호에 숨어 있지 않고 친구를 만나면서 연주도 하고 연대감을 느끼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올해 9번의 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 합창단과 함께 이번 전쟁으로 살해 당한 우크라이나 시인이 쓴 시를 가사로 한 칸타타를 연주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전쟁으로 갑자기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청소년들의 현실을 반영해 프로젝트 제목을 '잃어버린 어린 시절'로 정했다"고 했다.
리니우는 전쟁이 발발한 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못했다. "비행편은 없고 버스나 기차 편은 있지만 30시간 이상 걸려요. 부모님과는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데 어머니가 우실 때가 많죠. 지금 우크라이나는 슬픈 상황이에요."
그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금녀의 벽'을 깬 지휘자다.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 극장 259년 역사상 최초로 음악총감독에 올랐고 145년 역사의 독일 바이로트 오페라 페스티벌 최초의 여성 지휘자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여성 지휘자는 혼자였고 교수도 모두 남자였죠. 지금은 여성 지휘자가 국제 무대에서 제법 많이 보여요. 내가 키우고 있는 있는 부지휘자도 여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