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내 아이 기분상해죄'로 일컫는다. '아이의 기분이 상하다'와 상해죄의 '상해'가 합쳐진 말이다.
정서적 학대로 교사가 신고되고 무혐의를 받는 사례가 이어지며 나온 자조 섞인 표현이다.
교사를 정서적 학대로 신고한 학부모가 낸 입장을 두고 정서적 학대를 대하는 일부 학부모의 인식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서적 학대 행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관련 법 개정 등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숨진 A 교사는 2019년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검찰은 이듬해인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A 교사를 신고한 학부모 B씨는 A 교사를 신고하게 된 경위를 포함한 입장문을 최근 온라인에 올렸다. 자녀의 손에 같은 반 학생이 뺨을 맞는 일이 있었고 교사가 두 학생을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입장문을 통해 교사가 반 학생들 앞에 자녀를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고, 자녀가 손으로 귀를 막고 있자 교장실로 보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측은 "마치 인민재판식의 처벌방식은 8살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으니 지양해주실 것을 요청드렸으며, 다음날 일찍 다른 아이들이 없을 때 한 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 한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렸지만 선생님은 다음날부터 학기가 끝날 동안 병가로 학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셨다"며 "고작 8살인 초1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났고, 선생님이 아이와 약속한 부분도 이행되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자녀가 사과를 하지 않고 손으로 귀를 막고 있던 행동에 대해서는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 "아이는 이런 상황이 무섭고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표현하면서 도리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정서적 학대'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인식을, 또 정서적 학대가 '내 아이 기분상해죄'로 불리게 된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교사에게 자녀를 '왕의 DNA'로 칭해 논란이 일었던 교육부 직원 역시 교사를 정서적 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다.
모두 검찰에서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해당 교사들은 종결이 되기까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종결이 되고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토로한다. 교사의 훈육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면서 오랜 기간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전국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들 중 기소율은 1.5%에 불과하고 유죄 판결까지 받은 비율은 더 적다"고 말한다.
당정은 그간 학교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아동학대 문제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경찰청 수사 지침 등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교원의 아동학대 수사 과정에서 관할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반드시 의견을 제출하는 등 의무 규정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요건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사노조연맹·전교조 등 6개 교원단체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등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