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휴가 다가올수록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팍팍한 한가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취재진이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유정순(68)씨는 손녀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려다가도 비싸진 가격에 망설이고 있었다. 유씨는 "과일 값이고 채소 값이고 너무 많이 올라서 사려고 해도 엄두가 안 난다"며 "바나나는 좀 그렇다고 쳐도, 복숭아, 토마토, 사과, 배 등등이 전체적으로 다 많이 오르니까 살 수가 없어서 그냥 안 사고 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70대 주부 한모씨도 친구와 함께 대형마트에 갔다가 빈손으로 나왔다. 그는 "사과 하나에 3천원씩하고, 배 하나에 2500원씩 하는데 살다살다 이렇게 비쌌던 적이 있나 싶다"며 "마트에 갔다가 눈으로 보기만하고 그냥 돌아왔다"며 고개를 저었다.
취재진이 만난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품목은 과일이었다. 실제로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4% 오를 때, 과일값은 13.1% 급등했다. 사과가 30.5%로 가장 많이 올랐고, 복숭아 23.8%, 수박 18.6% 등 인기 과일들의 가격이 들썩였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작황은 나빴는데, 명절 대목을 맞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1% 감소하며, 사과(홍로) 도매 가격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146.5~160.6%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배 생산량도 같은 기간 20% 줄어들며 도매 가격이 55.5~67.7%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달 과일 외에 전체적인 농산물 가격도 5.4% 상승해, 명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상연(64)씨는 "그나마 화장지 같은 생필품은 덜 오른 것 같은데, 과일과 채소 등이 다 올랐으니 먹고 싶은 것도 잘 안 먹게 되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명절을 앞두고 역대 최대규모인 14만 9천톤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도 늘려 물가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고물가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 서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박상임(33)씨는 "요즘은 물가가 너무 비싸게 느껴져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며 "외국은 식료품이 되게 싸다고 들었는데, 식료품은 거의 필수품이니까 우리나라도 먹는 것 만큼은 물가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