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횡령 이어 이번엔 롯데카드 배임…내부통제 '올스톱'

신용카드 프로모션한다며 105억원 배임
돈 돌려받아 부동산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입 '흥청망청'
이번에도 내부 통제장치 전혀 작동하지 않아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경남은행 1000억원대 횡령
국민은행 직원들, 미공개정보 이용 127억원 주식매매 차익
대구은행, 고객 몰래 증권 계좌 개설…잇따른 금융권 비위
금감원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있는 임직원 엄중 조치"

롯데카드.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 이후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롯데카드에서 100억원대 배임 사건이 또 터졌다.

올해 BNK 경남은행 1000억원대 횡령 적발, KB국민은행 미공개정보 이용 127억원대 주식 매매차익, 대구은행 불법 증권 계좌 개설 등에 이어 또다시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꾸려 형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주문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와 공모해 105억원 빼돌려…66억원 부동산 투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장 검사를 통해 롯데카드 직원 2명이 부실한 협력업체와 불분명한 프로모션 제휴계약을 맺고 100억원대 배임 사건을 일으켰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 역시 수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장과 팀원 2명은 외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카드 상품 프로모션 관련 제휴 계약을 맺었는데 부실투성이었다.

프로모션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고 프로모션 실적 확인 수단도 없는데 카드 발급 회원당 1만6000원을 정액으로 선지급하는 이례적인 프로모션 제휴 계약이었다.

해당 계약으로 롯데카드가 지난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외부 업체에 지급한 돈만 105억원에 달했다.

이들 마케팅팀 직원은 협력업체로 빼돌린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되돌려 받은 뒤 부동산 개발 투자와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나머지 39억원 역시 카드 프로모션 관련 비용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사용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입찰 설명회 생략, 계약서 미검토에도 내부통제 없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제는 롯데카드 내에서 100억원이 넘는 배임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계약서 세부조항 검토 등 내부통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도 유력 카드사에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드 제휴 서비스는 카드사 영업 부서가 직접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롯데카드는 문제의 직원들이 제휴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일괄해 위탁하도록 했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입찰 담당 부서가 따로 있었음에도 문제의 마케팅팀이 입찰을 직접 진행했고, 새로운 협력사를 추가할 때 역량평가 후 부문장 전결이 필수였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협력사 입찰 설명회도 생략됐고 입찰 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되는 등 절차 자체도 부실했다.

금감원은 롯데카드 배임 사고을 알리면서 "제휴 업체 선정, 계약 체결 등의 과정에서 계약서 세부 조항 검토 미흡 등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금감원은 다른 모든 카드사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 후 특이 사항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금융기관 잇따른 비위…금융당국 '말빨' 안 먹혀


최근 금융권의 횡령과 부정거래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운영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및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책임 강화를 주문했지만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을 횡령한 사건 이후, 올해 BNK경남은행에서도 내부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들통났다. 검찰 수사결과 경남은행 횡령 규모는 10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DGB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개를 개설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27억원대의 주식 매매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와 사고 발생 즉시 당국에 보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후 내부통제가 강화됐지만, 경남은행은 올해 초 대형 횡령 사고가 적발되기 직전까지도 "문제가 없다"고 당국에 보고했다.

대구은행도 직원들의 불법 증권계좌 개설 민원을 접수한 즉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감사를 벌였다.

이번에 적발된 롯데카드 역시 외부제휴 업체와의 계약기간이 실제 서비스 제공기간 3년보다 더 긴 5년으로 설정되는 등 카드사에 불리하게 체결됐지만 문제삼지 않았다.

특히 롯데카드는 계약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지만, 계약상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금액을 키웠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롯데카드에 대해 엄중 제재를 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관련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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