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출산율·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법정 결혼 가능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후난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달 11일 홈페이지에 후난성 정치협상회의 량샹둥 위원이 결혼 가능 연령을 낮추자며 내놓은 '출산 지원 정책 완비 및 부속 조치를 위한 제안'에 대한 답변을 올리고 "관련 동향을 적극적으로 주시하며 국가 유관 부문의 최신 요구를 적시에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 나이는 남성 22세, 여성 20세다. 그런데 최근 출산율이 계속해서 낮아지자 법정 결혼 가능 연령을 낮추자는 제안이 중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결혼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2019년 중국 민법의 혼인·가정편 초안을 심의할 때도 다뤄진 바 있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헌법·법률위원회는 국민적으로 익숙해진 혼인 가능 연령을 바꾸려면 충분한 조사·연구·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그 뒤로도 혼인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인구 문제에 천착해온 경제학자 런쩌핑은 올해 초 중국의 법정 혼인 연령이 국제적 수준에 비해 훨씬 높다며, 이는 출산율을 통제하던 과거 중국의 '늦게 결혼해 늦게 아기를 낳는다'는 구호가 남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출산율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국가가 법정 혼인 연령을 18세로 낮춰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열린 중국인구학회에서 나온 수치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09로, 인구 1억이 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작년 혼인신고는 1년 전에 비해 80만3천건 줄어드는 등 혼인 건수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혼인 연령을 낮추자는 제안이 큰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중국 매체 삼련생활주간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1%만이 이런 방안을 지지했고, 50% 가까이는 결혼 가능 연령이 너무 낮을 경우 혼인 결정에 신중을 기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의견을 밝혔다.
상당수 네티즌은 혼인 연령을 낮추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농촌 여성이 조혼(早婚)으로 고등교육을 못 받는 상황을 낳는 등 여성의 권익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1175만명으로, 2021년 말의 14억1260만명보다 85만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의 일이다.
신생아 수는 2016년 1880만 명에서 지난해 950만 명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중국의 신생아 숫자가 1천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은 당장의 노동력 부족 역시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인력사회보장부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제조업은 약 3천만명의 일손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