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지난 6월 열린 2023 VNL에서 12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고, 2021년부터 따지면 2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을 정도로 VNL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굵직한 국제 대회들이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다. 2023 아시아 여자 배구 선수권 대회, 2024 파리올림픽 예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있다.
일단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태국 나콘라치시마에서 열리는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반등이 절실한 대표팀이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지난 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소집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VNL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지만 선수들은 많은 걸 배우고 돌아왔다. 미들 블로커 이다현(22·현대건설)은 "KOVO컵을 마치고 난 뒤 3주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일단 VNL 때 영상을 다시 보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현은 "역습 상황에서 내야 할 점수를 많이 놓쳤다"고 대표팀의 취약점을 짚었다. 또 "리시브가 잘 됐을 때 미들 블로커를 활용하고, 이후 세트 플레이를 해서 공격을 연결하는 부분에 장점이 있어서 최대한 살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태극 마크를 내려놓은 뒤 전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이다현은 장점인 서브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다현은 "신장이 크거나 힘이 센 선수들을 상대할 때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으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브가 항상 강점이었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연경 언니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주장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VNL에서는 높이나 피지컬에 밀려 어려움을 느꼈다"면서 "높이로 이길 수 없다면 다른 걸 잘해야 한다. 수비나 리시브를 정확하게 하고 서브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김다은(22·흥국생명)은 VNL에서 최다 득점으로 활약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높이에서 많이 부족했고, 랠리가 됐을 때 결정력도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분이 많이 보완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31·IBK기업은행)는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들의 은퇴 후 맏언니가 됐다. 이에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경기에 나갔을 때도 부담이 없던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 "나이가 많은 만큼 모범을 보이려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표승주는 "훈련 때 좋은 모습이 나와야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훈련할 때 더 집중해서 실전처럼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참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표승주는 "VNL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아 선수권에 대해 더 간절함이 있는 것 같다"면서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다현은 "VNL은 세계적인 팀들이 나오는 대회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는 경기가 많았다"면서 "이번 아시아 선수권 역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VNL보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스 강소휘(26·GS칼텍스) 역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확실히 유럽, 미국 선수들과 피지컬 차이가 많이 나는데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굵직한 국제 대회들이 여럿 열리지만 일단 아시아 선수권에 집중하고자 한다. 박정아는 "단체 미팅 때 일단 아시아 선수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점점 앞으로 나아가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아시안게임은 아직 기간이 남아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치러야 할 대회부터 하나씩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