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는 마포구가 출판업계 소규모 창작자 지원을 위해 2020년 7월 홍대입구역 인근 코-스테이션(CO-STATION) 2~3층에 설립한 창작 공간이다. 주로 1인 출판사, 작가, 만화가, 디자이너 등 소규모 창작자가 작업할 수 있는 협업 공간과 편의시설로 꾸며졌다.
1인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 출판 관련 스타트업 회사와 창작자들이 입주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박강수 마포구청장 취임 이후 마포구는 입주사 대부분이 마포구 출판인들이 아니라며 마포구 예산으로 비(非)마포구 출판인에게까지 입주 자격을 주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플랫폼P에 따르면 입주사 50여 곳 중 이달 32곳의 계약이 종료된다. 이미 18곳은 떠난 상태다. 남은 14곳도 마포구민이 아니면 입주할 수 없다는 마포구 방침에 따라 짐을 싸야 할 처지다. 플랫폼P입주사협의회는 이에 반발해 마포구의 조치 철회를 위해 입주사·출판인·작가·지역 정치인 등과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 패널 참가자들은 마포구의 태도가 책 문화와 소비가 일어나는 마포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아 작가는 "주민등록증 소재지로 입주사의 기준을 한정하지 않아도 많은 출판인들과 작가들이 탁월한 작업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마포구는) 책 문화가 소비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출판업 종사자에게 이곳은 중요한 무대"라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도 "마포구는 실제 활동하는 출판사와 디자인회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마포구가 부흥시킨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부흥한 것인데 왜 없애려고 안달인가"라고 지적했다.
차해영 마포구의원은 "마포구의 자기 구민 우선주의가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마포구민을 배척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비마포구민 배제는 또 다른 배제를 불러올 것이다. 개방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익 플랫폼P입주자사협의회장은 "플랫폼P와 경의선책거리, 작은도서관, 와우북페스티벌 등 홍대 하면 들어봤을 법한 책 문화 인프라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된다"며 "홍대가 외국인들에 잘 알려진 관광지로 꼽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축소되는 상황은 문화예술인, 출판인, 그 문화를 향유했던 시민들은 의아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슬아 작가는 "서울시민이 역차별 받는 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서울시가 진작 중재했어야 했다"며 "서울광장을 비롯해서 책과 관련된 좋은 이미지 만들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이미지 만들기'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7월 마포구에 부가세 신고와 납부를 하며 자괴감이 들었다는 정유민 편집자는 "플랫폼P가 사라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지역 출판 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지역 출판 사업에 대한 지원이 박한데 마포구가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 구청장은 구의회 질의에서 우리가 '사무실을 싸게 임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며 "출판인들이 사랑했던 마포구가 이런 선출직 공무원의 이상한 야망 하나 때문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만큼은 절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랑하는 분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학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부천은 만화·애니메이션, 대구는 음악, 광주는 미술 등 지역 대표 문화가 있다. 다른 지역들도 브랜딩을 하고 싶어도 당위성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마포는 이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 브랜드가 있는데 이것들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현익 플랫폼P입주사협의회장, 주용범 경의선책거리부스협의회장, 이슬아 작가(헤엄출판사 대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이학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원, 차해영 마포구의원, 정유민 플랫폼P 입주사 편집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주최 측이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패널로 섭외 요청했지만 박 구청장은 이날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