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17일 새벽 귀국한 직후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주재해 신속한 구조와 피해 복구를 지시했다. 이후 경상북도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후속 조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또한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선제적 대피가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라며 재차 강조하고, 군‧경을 포함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기상 이변은 늘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대본 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은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 등이 발생한 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았다. 이 마을은 83가구 143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로, 이번 집중호우로 30개 주택이 반파 또는 전파됐고 주민 50여 명이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 찾은 尹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시라"
현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보니 석관천과 그 주변이 누렇게 토사로 덮인 것이 보이더라"며 김학동 예천군수, 마을 주민 등과 함께 피해 주택과 파손 도로 등을 둘러봤다. 동행한 벌방리 마을 이장은 "마을이 생긴지 500년이 됐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브리핑을 듣고 주변을 둘러봤다. 피해 상황판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그러면서 토사가 쏟아지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는지 물으며 "향후 이를 활용해 유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구조 및 복구작업 중인 군·소방·경찰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50사단 수색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1명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임시주거시설인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의 손을 꼭 잡고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씻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등 피해 주민들의 생활 전반을 챙겼다. 그러면서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봐야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는 것과는 분위기를 느끼는데 차이가 있다"며 "제가 잘 챙겨 드릴 테니 걱정마시라"고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선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되는 대로 반파·전파된 가옥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최대한 돕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산사태 피해에 대해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5일까지 단 사흘을 제외하고 이 지역에 비가 계속 내렸다"며 "14~15일에 400~500㎜ 폭우가 쏟아지니 많은 물을 머금고 있던 산 전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기상 상황이 우리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삶의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상징적으로 경험한 사고"라며 "천재지변의 측면이 크다고 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순방 기간 수해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여러 차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저지대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렸다"며 "이번 수해에 대응하는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윤 대통령 수해 현장 방문에 대해선 "수해 현장은 예천 방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이후에도 수해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