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코스트코 사망 노동자의 아버지)
지난 6월 이미 지독한 폭염이 찾아왔던 거 여러분 기억하실 겁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들이 많은데요. 그중에 하루 6월 19일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근무하던 한 노동자가 하루 종일 야외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는데 그날의 낮 최고기온은 33도였습니다. 숨진 노동자 A 씨, 29살의 건강한 청년이었어요. 무덥던 그날 A씨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3시간마다 15분 휴식. 그런데 휴게실은 근무지로부터 왕복 10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 젊은 청년 노동자가 숨졌던 것인지 유족들은 할 말이 많다고 합니다. 오늘 숨진 노동자 A 씨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서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합니다. 아버님 나와 계십니까?
◆ 유가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 유가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떠올리기 힘든 일이시겠지만 그날 일을 복기해보죠. 어떤 업무를 맡고 있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 유가족> 2019년도 입사 후에 캐셔 업무를 보다가 2024년 6월 5일자로 주차 업무로 보직이 변경됐어요. 그래서 주차 부서에서 카트 정리 수거하는 업무를 보다가 이런 사고가 생겼습니다.
◇ 김현정> 카트 정리라고 하면 여기저기에 카트를 놓고 그냥 가시는 분들 그 카트 모아서 제가 마트 가보면 막 20개씩 30개씩 한 번에 쭉 밀고 다니시는 이 정리 요원을 하신 거군요
◆ 유가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6월 19일 그날, 그날은 오전 11시부터 아드님이 쓰러지던 저녁 7시까지 작업량이 어느 정도 됐던 건가요?
◆ 유가족> 조금 보도가 조금 잘못된 것 같은데요. 오전, 그러니까 정오 12시부터 원래 근무가 9시까지인데 그날 주말이다 보니 매장이 굉장히 바빠서 1시간 연장해서 10시까지 근무했어요.
◇ 김현정> 10시까지 근무하기로 돼 있었던. 그럼 쓰러지시던 그 순간까지는 카트를 옮긴 양이라든지 걸음걸이 수라든지 이런 거 좀 조사가 됐습니까?
◆ 유가족> 쓰러진 당일날은 12시부터 근무하면서 7시 한 5분 전후로 해서 쓰러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그날은 과도하게 그 전날부터 너무 힘들게 과도하게 근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지금 조사를 좀 해보니까 매시간 한 200개 정도의 카트를 매장 입구로 묶음으로 밀고 다니는 업무를 했고 그다음에 그날 걸음걸이 만보기를 차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걸었네요. 보통은 10시간 동안 26km를 걸어 다녔다. 맞습니까?
◇ 김현정> 토요일 날 26km 걷고 그다음 일요일 날은 22km를 걸었고 사망 당일 날은 17km 이렇게 만보기 기록이 되어 있거든요.
◇ 김현정> 사망 당일에 7시간 동안 17km를 걸어 다녔어요. 그게 지금 다 야외 주차장인 거죠?
◆ 유가족> 바깥의 열기가 그대로 이렇게 안으로 자동차 열기와 함께 굉장히 뜨거운 열기 속에서 주차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코스트코 주차장 생각해 보시면 가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위는 지붕이 있습니다만 옆으로 뚫려 있는 곳도 있고 또 아니면 아예 지하인 곳도 있고 이런 식으로 주차장이 돼 있는. 그런데 보통은 옆에 냉풍기 같은 걸 설치를 해주는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주차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보면. 그리고 노동부 지침에 보면 한 시간마다 10분씩 휴식을 하도록 하는 지침도 있는 걸로 아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었던 건가요?
◆ 유가족> 점장 부임 이후에 원가절감 차원에서 에어컨도 사실 시간대별로 이렇게 적게 틀어주면서 주차장에는 쉴 만한 공간이 전혀 없었고 냉풍기는커녕 순환기 자체도 원가 절감 차원에서 그것도 안 틀어준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냉풍기 옆에 이렇게 주차하시는 분들이 손으로 이렇게 수신호 하고 이럴 때 옆에 냉풍기 돌아가던데 그런 게 없었던 거예요?
◆ 유가족> 여기는 전혀 그런 게 없었습니다.
◇ 김현정>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순환기조차 잘 안 돌아가는 상황이었다고요.
◆ 유가족> 순환기도 어떨 때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오히려 순환기 자체가 적게 뜨는 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계적인 건 모르겠는데 일단은 순환기 자체도 전기 원가 절감 차원에서 안 튼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럼 휴게 시간은 좀 지켜졌나요?
◆ 유가족> 휴게시간도 전혀 안 지켜졌습니다. 바쁠 때는 3시간마다 15분 쉬기로 했는데 3시간 넘을 때도 있었고 그거는 저는 정확한 제가 거기 근무하는 게 아니라 저희 아들한테 전언에 의하면 3시간 넘어서도 휴게도 15분 휴게 시간인데 5층에 휴식 공간까지 가려면 왕복으로 한 9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으로 오히려 그냥 주차장 한켠에서 쪼그려 앉거나 그런 식으로 쉬었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휴게소가 있긴 있지만 왕복 10분이면 휴게 시간이 15분이니까 가서 5분 쉬고 오려고 거길 가는 사람은 없었겠군요. 그냥 쪼그려 앉아서 더운 데서 쉬었군요.
◆ 유가족> 의자도 없이 한 켠에서 자동차 열기 그대로 온몸으로 느끼면서 쉬었던 그런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그날의 온도가 무려 33도였습니다. 그러면 이거는 움직이고 땀 흘리고 이러면 체감 온도는 더 올라간다는 소리거든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이게 여러분 33도에 가만히 서 있어도 힘든 건데 그 상황 속에서 카트 200개씩을 매 시간 옮긴다. 이게 상상이 잘 안 되는데 그럼 평소에도 사망일 뿐 아니라 당일 뿐 아니라 그전부터 힘들다, 이런 고충을 좀 주변에 호소를 했나요?
◆ 유가족> 저희 단톡방에 가족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에 저녁 9시 45분쯤에 저도 병원에 입원했던 차에 카톡이 올라왔는데 어깨하고 등이 아프면서 가슴도 흉통이 있고 호흡곤란, 이렇게 보냈어요.
◇ 김현정> 지금 저희가 유튜브로 아버님이 보내주신 카톡 캡처본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게 그 당일이었습니까?
◆ 유가족> 사망 전날이었습니다.
◇ 김현정> 사망 전날. 그렇군요. 여기 보니까 19일이 중간에 있는 거 보니까 18일 화요일에 병원 가야겠다. 어깨랑 등 아프면서 가슴 통증에다가 호흡 곤란이 생긴다. 이렇게 아버님한테 가족 단톡방에 썼네요. 아드님이. 그 전날도 이미 힘든 상황에서 33도 온도 속에 고된 일이 계속된 거군요.
◆ 유가족> 제가 알기로는 하남시에는 그때 35도까지 올라간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3도보다도 더 높았습니까?
◆ 유가족> 네.
◇ 김현정> 보니까 아드님이 93년생 29살 혹시 지병이 있거나 이런 상황은 아니었던가요?
◆ 유가족> 네, 지병 없이 건강하게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던 아들이었습니다.
◇ 김현정> 키, 몸무게 보니까 그냥 보통의 건강한 그 나이대 청년 이렇게 생각하면 되네요. 주차장에 담당 인원이 늘 부족했다는 호소도 있었다는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 유가족> 보통 주차 인원이 여기 하남점 코스트코 같은 경우는 5층까지 주차장인데요. 타 지점에 비해서 주차 인원이 한 여섯, 일곱 명 정도는 모자랐다고 이렇게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 업무를 나눠서 하다 보니까 어떤 휴식시간 자체도 안 지켜지고 너무 과중하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코스트코 주말이면 특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인데 주말에는 한 거기가 사실 800대 정도 댈 수 있는데 그 800대 다 만차 되고 이 정도로 손님이 많지 않나요?
◆ 유가족> 전부 만차 돼서 원래 5층은 직원 주차장인데 주말에는 직원들도 주차 못하게 되고 다른 곳에 주차하면서 근무하게 만들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원래 주차 담당 11명인데 그 정도 인원 가지고서는 그 전체를 관리하는 게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군요.
◆ 유가족> 주말에 11명이 근무하는 게 아니고 또 휴무 직원도 있었을 테고 주차 인원이 항상 모자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 이런 불행한 사고가 나고 나서 코스트코 측에서는 산재 처리라든지 이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든지 재발 방지라든지 이런 것들은 착실하게 좀 진행하고 있습니까?
◆ 유가족> 지금 현재 3주가 지나는 동안에도 본사의 어느 누구도 저희 유족한테 유감 표명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엄연히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다가 온열로 사망을 하게 되었는데 산재 처리를 너무 소극적으로, 소극적도 아니고 아예 산재 처리는 유족 측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그렇게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그 말은 산재 처리가 안 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산재 처리는 되는데 알아서 하십시오 이렇다는 말씀인가요?
◆ 유가족> 그래서 산재 처리는 자기들이 나 몰라라 한 상황이고 산재 처리는 유족 측이 하라는 입장으로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지금 보니까 아드님이 쓰러진 뒤에 병원에 도착했을 때 사고 발생 경위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금 정황이 드러난다. 이건 어떤 얘기입니까?
◆ 유가족> 저희도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저희가 차후에 의무기록지를 보니까 의무기록지상에 병원의 응급실로 왔을 때 관리자분 어느 분이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주차장에서 근무하다가 쓰러졌다고 하면 의사선생님도 정확하게 사인을 알고 정확한 진단 하에 저희 유족한테 부검도 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을 놓쳤던 게 관리자분 한 분이 그냥 코스트코에서 일하다 쓰러졌다고 그러면 이렇게 진술하셨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온열에 의한 엄청 더운 날씨에 이런이런 일을 하다가 쓰러졌어요가 아니라 그냥 쓰러졌어요라고만 전달이 된 거예요?
◆ 유가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어떤 이유에 의한 건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이 대책 세우는 것도 그러니까 대처도 정확하게 되지 않는 건데 빨리 빨리.
◆ 유가족> 그러니까 의사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이 정확하게 진술하였다면 의사 선생님께서도 정확하게 진단서를 처음부터 온열에 의한 과도 탈수로 썼을 테고 그러면 유족 측한테도 부검을 좀 하십시오. 이런 게 말씀을 하셨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여러 가지로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버님께 그 아들 어떤 아들이었습니까?
◆ 유가족> 옆에 있을 때는 어떤 소중함을 몰랐었는데 막상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까 너무너무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하고 성실하게 직장에서 열심히 자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던 아들이라고, 너무너무 지금은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지금 옆에 없지만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코스트코 해당 지점뿐만 아니라 지금도 야외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더울 때는 싹 다 쉽시다, 이럴 수는 없어요. 없는 건 알아요. 하지만 최소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보장이 돼야지요. 사업주의 가족이 카트 밀고 있다 주차 요원하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 다시 한 번만 고민해 주시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아버님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위로의 말씀밖에 전해드릴 수 없는 거 안타깝습니다. 힘내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유가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코스트코 숨진 노동자 A씨의 아버님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