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사건' 연루 전익수 전 준장, 1심서 무죄…법정서 유족과 충돌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생활 중 성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 전후로 이 중사 유족과 전 전 실장 측은 법정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유족 측과 전 전 실장 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선고에 앞서 전 전 실장이 법정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족 측은 "무릎 꿇고 사과하라. 당신이 죽였다"라며 항의했고, 이에 전 전 실장 측이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맞대응하면서 충돌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전 전 실장도 항의하는 이 중사의 부친에게 "말해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졌다.

무죄 선고 직후에도 법정을 빠져나가는 전 전 실장 측을 향해 유족이 강하게 항의하자 전 전 실장은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하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이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전 전 실장이 자신을 수사하는 군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가 잘못됐다는 등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다'라며 그를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춰볼 때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 내내 전 전 실장 측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9, 4항은 보복 범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수사 주체이자 주임 검사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군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해당 법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날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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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9에 대한 입법 자료를 보더라도 위 규정은 검사 등 수사기관이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다"라며 "법률에 있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 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해석하는 것은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기에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전익수)에 대해 이 법원이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음으로써 피고인의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향후 이와 유사한 행동이 군 내에서 다시 반복돼 이 사건 이후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고 있는 군 사법기관 구성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처벌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를 후퇴시킬 수 없다. 헌법에 기초한 형사법 대원칙을 포기한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군사법원 사무관 출신 A씨와 공군 공보장교 출신 B씨에겐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A씨는 이 중사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장모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관련 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 등으로 이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B씨는 중령 계급으로 공보장교에 근무하며 이 중사 사건이 불거지자 이 중사의 죽음이 개인 사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자 3명에게 말한 혐의로 이날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법원은 그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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