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중 일부 장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및 국민권익위원장 지명과 함께 통일부 장관 등 교체가 거론된다. 아울러 대규모 차관 인사도 이뤄질 예정으로, 중폭 개각 수준의 인선을 통해 집권 2년차 국정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유력하고,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는 방문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되며, 이르면 28일 장·차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근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 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이창양 현 산업부 장관 후임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방 실장은 행정고시 28회로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차관을,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간판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태양광 정책 및 비위가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산업부 내부 출신보다는 외부 출신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무위원들에게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 하라"고 지시했다. 이달 24일에는 감사원의 태양광 비리 감사 결과와 관련해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최종 인사를 내기 전까지 방 실장 임명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기재부 출신들이 상당 부분 요직을 맡는 것에 대해 여권 내 반발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리와 대통령실장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라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요직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장관급인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국민권익위원장은 김홍일 변호사(전 고검장)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방통위와 권익위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경우 27일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며, 임기가 7월 말까지인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기소된 후 면직 처분됐다. 한 전 위원장은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최근 기각하면서 '불확실성'도 사라졌다.
인사가 마무리되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행정부에 속한 장관급 인사들이 모두 윤 대통령이 발탁한 인사들로 채워지게 된다.
장관급 인사와 함께 대규모 차관 인사도 예상된다. 전체 19개 정부 부처 가운데 절반 정도의 차관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체 부처로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이 거론된다. 일부는 1·2차관이 동시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이 없는 차관을 대규모로 교체하면서 집권 2년 차 국정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정 운영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용산 비서관급 인사가 정부 부처로 전진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장·차관 인사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인사와 관련해서는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