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일부를 수행해왔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총구를 러시아로 겨누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위해서는 프리고진이 누구인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동향이다. 둘 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프리고진은 잡범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절도죄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핫도그 노점상으로 일했다.
이어 자신의 가게를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는 등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했다.
이후 1990년 옛 소련연방의 개혁 개방시대를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고급 식당을 열며 승승장구했다.
그가 푸틴과 관계를 맺은 것은 그 이후다.
그가 설립한 케이터링 회사가 2000년 전후 크렘린에 음식을 공급하면서부터 그는 '푸틴의 요리사'로 통하게 됐다.
그러던 그가 일약 국제사회의 거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다.
'푸틴의 요리사'로만 알려져있던 그가 바그너그룹이라는 용병기업의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한 데는 푸틴과의 20년 인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와 러시아 정규군과의 마찰도 커졌다.
프리고진은 전쟁 장기화로 탄약 등 군수물품이 격전지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러시아 군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 활용에 능한 그가 러시아군 수뇌부의 무능을 공개리에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바그너그룹이 주력으로 참전한 바흐무트 전선에서 철수하겠다고 압박을 넣는 일도 있었다.
특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를 "인간 말종들"로 칭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10일 쇼이구 장관이 결단을 내린다.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과 같은 '자원봉사 분견대' 구성원들에게 7월 1일까지 러시아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토록 일제 명령을 하달한 것.
이 명령의 대상자로 바그너 그룹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당시 쇼이구 장관의 명령은 사실상 프리고진을 자신의 지휘하에 두려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계약을 거부하며 계속 저항했다.
그는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 후방 캠프들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며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다 용병들의 계약 체결 시한을 일주일 남겨둔 23일 프리고진은 끝내 반란을 일으켰다.
그가 행동에 나서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군 수뇌부를 처벌하는 것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라고 호소한 것은 자신의 진정성을 푸틴에게 알리고 중재자로 나서줄 것을 촉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번 일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응징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반역에 직면했다. 어떤 내부 혼란도 국가에 치명적 위협이자, 러시아와 국민에 대한 타격"이라며 프리고진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아가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다.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며 사실상 프리고진에 대한 참수를 명령했다.
프리고진의 존재는 푸틴 없이는 설명되기 어렵다.
따라서 프리고진의 이번 회군은 푸틴의 권좌에 대항하기 위한 쿠데타보다는 푸틴에 재신임을 받기 위한 도박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