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엇갈린 표정…개인 '웃고' 기업은 '울고'

국내 거주자 엔화예금 4개월 만에 반등…엔화가치 하락에 증가
엔저에 엔화 환전액 1년 새 4.8배 증가…일본 방문 외국인 1위도 한국인
투자처 찾는 개인과 달리 수출경쟁력 떨어진 기업들은 우려 커져
"미국·일본과 통화스와프 필요…일본과 협력 강화로 이익 꾀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원·엔 환율이 8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엔화 투자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엔화 매입과 관련 금융상품 투자, 관광까지 개인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추가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엔화 환율 8년만의 최저치에 국내 거주자 엔화예금 4개월 만에 반등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5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엔화예금 잔액은 62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사이에 9억3천만달러,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인 1372.93원으로 환산하면 1조23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증가했다.
 
증가 원인은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자금 일시예치와 개인의 여유자금 예치로 분석이 됐는데, 엔화예금이 전월보다 증가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4개월만이다.
 
엔화예금액이 늘어난 데 큰 영향을 원인 중 하나는 엔화가치의 하락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한 때 897.49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6월 25일의 897.91원 이후 8년 만의 800원대 진입이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년 동안 890원에서 1170원 사이를 오갔다.
 
원·엔 환율이 10년 새 최저수준에 가까워지자 향후 차익 등을 고려해 예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엔화 환전액 1년 전보다 5배 껑충…올해 일본 방문 외국인 30%가 한국인


은행 상담창구. 연합뉴스

엔저로 인한 개인의 경제적인 움직임은 엔화예금액 증가뿐이 아니다.
 
환전액도 크게 증가했는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까지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엔화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의 62억8500만엔과 비교했을 때 246억8200만엔, 무려 4.8배나 증가한 수치다.
 
엔저 영향으로 인해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지난 22일 발표한 5월 일본 방문 외국인 수는 189만8900명으로, 지난해 5월 대비 12.9배가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한국인으로, 전체의 27.6%에 달하는 51만5700명의 한국인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다.
 
이는 2위인 대만의 30만3300명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누적 수치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비중은 29.9%까지 높아진다.
 
과거 '노 재팬'(No Japan) 운동이나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이 무색할 수준이다.
 

개인과 달리 수출 어려워진 기업들은 '울상'…"통화스와프, 일본과 협력 강화 등 대안 마련해야"


연합뉴스

반면 개인과 달리 기업들은 엔저 현상이 달갑지 못하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엔저로 인해 발생한 원화 강세로 일본과의 직접적인 무역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구조의 세분화와 수출산업 고도화로 인해 한일 간 기술 경합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적지 않은 분야에서 한일 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 경합도란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국가 간 수출에서 경쟁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한국과 일본은 전자와 IT, 완성차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출 경합도를 보이고 있다.
 
전자 분야에서는 삼성전기나 LG이노텍과 같은 기업들은 일본의 무라타, 미쓰비시전기 등과, 완성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도요타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상승해 엔화 가치가 1%p 떨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수출가격은 0.41%p, 수출물량은 0.2%p, 수출액 증가율은 0.61%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환율 안정에 나서고, 수출기업에 대한 대안책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하고의 통화스와프를 하는 것이 최선이고, 일본과 체결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중국과 연결돼 있던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개편되고 있고,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도 한동안 유지될 전망인 만큼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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