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야가 10일 다시 머리를 맞댄다.
지난 주 두 차례 회의에서 이견만 거듭 확인한 터라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에 전향적인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각자 다른 준비를 하고 있어 험로가 우려된다.
정부 "특별법 대비한다"며 준비단 발족했지만 사실상 여당안 대비용
정부는 9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전세사기피해지원 준비단'을 발족했다.특별법이 발효되는 즉시 지원 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법 제정에 앞서 준비단을 통해 필요한 작업들을 미리 해 두겠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준비단을 가칭 '전세사기피해지원단'으로 전환해 실무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준비단 발족을 밝히면서 현재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국민의힘 김정재,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3개의 특별법안에 대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준비단의 운영 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의 피해주택 매입이나 전세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한 대비는 없이, 피해자 대상 선정,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 등 정부여당이 발의안 법안 관련 내용만 담겨 있다.
사실상의 정부여당 발의안 대비용 준비단인 셈이다.
민주, 정부여당 수용 어려운 '최우선변제금 조정' 카드…이견 지속 시 2주 넘게 소위 표류 가능성
야당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줘야 한다며 최우선변제금 제도 조정을 제시했다.
정부여당안에 담긴 경·공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와 피해자가 매입을 원하지 않을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우선매수권을 넘긴 후 그 집에 공공임대로 사는 2가지 방안으로는 피해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이유로 최우선변제금 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 등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손대는 일은 이미 지난달 27일 범정부 합동브리핑 당시 이노공 법무차관이 "너무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정부여당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김 정책위의장은 "야당 단독안이라는 말씀은 아니다"라면서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최대한 보완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이 피해자의 요구"라며 야당안을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단독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10일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위한 3번째 국토위 국토소위를 연다.
피해자들의 특별법 제정 촉구와 정치권의 "신속한 입법"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릴 경우, 특별법 제정안은 국토위 상정 후 2주 넘게 소위원회 단계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