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준강간 미수' 무죄 확정에 "피해자 두 번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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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대법원도 공범"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전날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준강간미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5월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나 술을 마신 여성을 경기도의 한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당초 검찰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를 불기소했지만 피해자의 항고와 재정신청 끝에 A씨에게 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형법은 '준강간'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정의한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중 5명이 무죄 평결을 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준강간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은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였음은 인정하면서도 A씨에게 준강간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준강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준강간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성관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A씨와 함께 클럽에 갔던 이들도 두 사람이 스킨십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며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여길 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0년 5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약 3년 만인 이날 "준강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 여성을 지원해온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취한 여성에게 저지른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클럽에서 기인한 사건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라고 할지라도 성폭력 범죄와 무관하다"며 "술 마신 죄, 스킨십 한 죄를 들먹이며 무조건 '성관계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편견과 통념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고 지적했다.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는 공대위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인권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 사례로 박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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