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3명 추가확진·누적 34명…당국 "혐오표현 주의" 당부

이달 들어 29명 양성 판정…전원 '국내 감염'으로 추정
"유증상 감염자와 밀접접촉해야 전파…코로나와는 달라"
WHO "성적 지향 확인된 3만여 명 중 84%는 남성 성소수자"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하루 새 3명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34명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 확진된 환자들은 대체로 익명의 상대와 밀접접촉한 '국내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당국은 엠폭스가 일부 고위험집단에서 발병하는 질병임을 들어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모르는 사람'과의 밀접접촉은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환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자발적 신고가 관건인 질병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31번째 확진환자가 나온 지 하루 만에 3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32·33·34번째 환자는 모두 내국인으로 의심증상이 나타난 후 질병청 콜센터(1339)로 본인이 신고한 사례가 1건, 의료기관 신고가 2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달 7일부터 25일까지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거주지는 △서울 13명 △경기 7명 △경남 3명 △경북 2명 △대구 2명 △전남 1명 △충북 1명으로 조사됐다. 27명은 내국인이고 2명은 외국인이다.
 
국내 엠폭스 확진자는 지난달 13일 확진된 5번째 환자까지 모두 해외유입 관련 사례였으나, 4월 이후로는 본격적인 지역사회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확진된 29명의 확진자 중 28명은 최초 증상 발현 3주 이내 해외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 1명도 엠폭스 증상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위험노출력을 살펴본 결과, 의심증상이 관찰되기 3주 이내 고위험시설 등에서 익명의 사람과 밀접접촉력이 확인된 환자가 대부분(89.7%)이었다.
 
국내 확진자들의 주요 임상증상은 항문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종창·발진)을 포함한 발진이다. 증상 초기엔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비(非)특이적 증상으로 시작됐고, 전구기 증상이 없는 사례도 발견됐다. 당국은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의심환자들에 대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위험노출력을 의료진에게 전달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현재까지 파악된 확진환자의 접촉자는 노출 위험도에 따라 분류·관리되고 있다. 아직 특이증상이 보고된 사례는 없었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방역당국은 고위험시설 내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와 백신 접종도 적극 안내하고 있다. 또 노출 전 접종대상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방역상황 및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방접종전문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당국은 엠폭스가 일반적인 인구집단보다는 특정 고위험집단에서 발생·전파 위험이 큰 만큼 이를 타깃팅한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위험군 시설과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증상 및 신고 독려 홍보를 위한 예방수칙 안내서를 제작·배포했고, 시설 점검과 위험소통 등도 강화했다.
 
의료인들에게도 엠폭스 진단 안내서를 배포해 의심환자는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엠폭스 환자 임상경험 등을 공유하는 의료진 대상 교육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급작스런 확산세로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진 않아도 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엠폭스는 부지불식간 걸릴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아주 제한적인 감염경로(피부·성접촉)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인 탓이다.
 
인천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엠폭스는 주로 증상이 있는 감염환자와 밀접접촉을 했을 때 감염이 되고, 고위험군이 아닌 국내 일반 인구에서의 전파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코로나19와 같이 대규모로 유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명률은 0.13% 정도로 위험도가 낮다"며 "국민 여러분이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협조해 주신다면 우리의 방역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감염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엠폭스 확진환자는 대개 경미한 증상에 그쳤고, 일반적인 대증치료를 거쳐 2~4주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점도 들었다. 후유증 보고사례나 사망 환자도 물론 없었다.
 
단지 초기 증상이 감기나 코로나19 등과 비슷하다 보니 감염 직후 진단이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김 과장은 "제가 진료했던 첫 번째 확진환자도 확진자와 밀접접촉력을 알지 못했다면 바로 진단되기 어려운 사례였다"며 피부병변을 다루는 의료기관(피부과·비뇨기과·항문외과)과 감염내과의 진료 및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엠폭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사람과의 밀접접촉(피부·성접촉)을 삼가는 것이 핵심이다. 당국은 이밖에 △피부병변을 긴팔 옷 등으로 감싸 타인과 직접 접촉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 △유증상기(피부발진·궤양·림프절 병증·발열 등) 다른 사람과의 밀접접촉 삼가 △손씻기 준수 △유증상자와의 화장실·식기·세면대 등 공동사용 자제 등을 수칙으로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엠폭스 확진자의 96.4%는 남성이었고, 이 중 18~44세 연령층이 79.2%였다. 성적 지향이 확인된 3만 438명 중 84.1%(2만 5690명)은 남성과 성관계한 남성(MSM)으로 파악됐다.
 
여성 확진자(3.6%·2800명) 중 성적 지향이 확인된 경우는 96%(1021명 중 979명)가 이성애자였다.
 
당국은 엠폭스 방역을 저해할 수 있는 혐오 표현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최근 엠폭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그 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편견은 의심환자들을 숨어들게 해서 방역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처럼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감염을 숨기려고 할 경우엔 확산의 우려가 있다"며 "의심증상자들이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로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배려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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