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길형이 많이 처리했더라고"…송영길 '돈봉투' 직접 뿌렸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캠프 관계자들의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살포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내용이 공개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가 이같은 대화를 나누는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JTBC가 전날 공개한 녹음파일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10일 이뤄진 두 사람의 전화 통화가 녹음된 내용으로, 송 전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나눠줬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 담겼다.

왼쪽부터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당시 통화에서 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선거를 돕는) 누구 얘기를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 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 했다.

또 다른 내용 중에는 같은 당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 준 돈 봉투를 캠프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대목도 있다.

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그 얘기도 했어. 성만이 형이 좀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영길이 형한테"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과 이재명 대표(왼쪽)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

강씨는 이어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했다. 이성만 의원이 준 돈 봉투를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송 전 대표가 격려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강씨가 전당대회 두 달 전인 3월초 이 전 부총장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지시하거나 권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선에서 표를 행사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기 위해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건네자는 취지였다.

검찰은 실제 강씨가 3월 중순쯤 조모 전 인천부시장에게 요청해 1천만원을 마련한 뒤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만들어 3월 30일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달된 금액은 총 900만원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송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박모씨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시 뿌려진 돈봉투 9400만원 중 7천만원 전달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애초 7월로 예정된 귀국 시기를 앞당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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