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캠프 관계자들의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살포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내용이 공개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가 이같은 대화를 나누는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JTBC가 전날 공개한 녹음파일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10일 이뤄진 두 사람의 전화 통화가 녹음된 내용으로, 송 전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나눠줬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 담겼다.
당시 통화에서 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선거를 돕는) 누구 얘기를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 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 했다.
또 다른 내용 중에는 같은 당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 준 돈 봉투를 캠프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대목도 있다.
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그 얘기도 했어. 성만이 형이 좀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영길이 형한테"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강씨는 이어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했다. 이성만 의원이 준 돈 봉투를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송 전 대표가 격려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강씨가 전당대회 두 달 전인 3월초 이 전 부총장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지시하거나 권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선에서 표를 행사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기 위해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건네자는 취지였다.
검찰은 실제 강씨가 3월 중순쯤 조모 전 인천부시장에게 요청해 1천만원을 마련한 뒤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만들어 3월 30일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달된 금액은 총 900만원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송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박모씨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시 뿌려진 돈봉투 9400만원 중 7천만원 전달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애초 7월로 예정된 귀국 시기를 앞당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