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대리하면서 항소심 재판에 세 번이나 불출석해 패소가 확정된 권경애 변호사가 당시 재판부에 "변론할 기회를 달라"며 기일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권 변호사는 재판부가 새롭게 지정한 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고 박주원양의 유족은 권 변호사뿐 아니라 권 변호사가 근무했던 법무법인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권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4일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권 변호사는 항소심 1차 공판(2022년 9월 22일)에 이어 2차 공판(10월 13일)에도 출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민사소송법은 원고와 피고 등 소송당사자들이 항소심 재판에 2회 이상 출석하지 않을 경우, '쌍방 불출석(쌍불)'으로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본다. 다만 1개월 안에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하면 재판부는 새 변론기일을 지정한다.
권 변호사는 2차 공판에 불출석한 바로 다음 날 재판부에 기일지정신청서를 내면서 재판의 불씨를 살렸다. 당시 기일지정신청서를 보면 권 변호사는 "비록 (과거) 기일 불출석의 불찰이 있으나, 부디 변론 기일을 새로이 지정해 변론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기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약 한 달 뒤 같은해 11월 10일을 3차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정작 권 변호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3차 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3회 쌍방 불출석'으로 판단하고 11월 24일 항소 취하 결정을 했다.
더욱이 권 변호사는 2심 결정 이후 2주 안에 상고도 하지 않아 대법원에서 다툴 기회마저 놓쳤다. 당시 피고 측은 실제로 재판에 출석했지만, 변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에 따라 쌍방 불출석이 성립됐다.
1심서도 2회 불출석…이씨, 손해배상청구 검토
이 사건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던 박주원양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선택을 했다. 이듬해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박양이 다녔던 학교와 가해자, 서울시교육청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역시 권 변호사가 맡았다.그러나 권 변호사는 1심 당시에도 7차 공판(2020년 8월 20일)과 10차 공판(2021년 10월 14일) 두 차례 나타나지 않으며 소가 취하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만 엿새 뒤 기일지정신청을 하고 11차 공판부터는 다시 변론을 했다.
1심 재판부는 가해 학생의 부모인 A씨에게 책임이 있다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나머지 33명에 대해선 피고의 손을 들어줬고, 이씨는 항소했다. A씨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하지만 권 변호사가 항소심 첫 공판부터 연달아 3차례 불출석 하면서 이씨의 항소는 취하됐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던 A씨에게도 패소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뿐 아니라 권 변호사가 근무했던 법무법인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유족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담 양승철 변호사는 "당시 소송 대리인이 항소심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항소 취하 간주 및 원고 패소로 결정났고, 이러한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아 상고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며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