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리·활용 업무, 법 절차 건너뛰며 문체부로 이관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업무 위탁부처 문화재청에서 문체부로 변경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 위반 및 예산 이체 문제 발생 우려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의 의견에 따른 이관이라는 의혹 제기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국회의원. 이 의원실 제공

청와대 전면 개방 이래 문화재청이 담당해왔던 청와대 관리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으로 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훈 의원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광주 동구남구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문체부 제1차관 직속으로 '청와대 관리 활용 추진단'이 신설됐고, 추진단 산하에 '청와대 관리 활용 기획과'가 설치됐다. 문체부는 청와대관리활용기획과에 4급 서기관인 과장 1명을 포함해 22명의 공무원을 배치했다. 통상 과별로 10~15명의 공무원이 배치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규모로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정부 부처의 조직과 직제, 공무원의 배치는 법률인 '정부 조직법', 대통령령인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에 따른다. 문체부는 이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문체부령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두고 조직을 관리한다.
 
국가행정기관의 조직 및 관리기준을 정하는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직제 개편을 위해서는 행안부와의 사전협의가 의무적이며 행안부의 타당성 검토 후 관련 대통령령과 부령을 개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병훈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체부는 청와대관리활용추진단 신설과 관련해 행안부와 협의를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은 개정하지 않았다. 직제를 변경하며 법령상의 절차를 건너뛰고, 대규모 인사발령까지 낸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상 긴급현안 대응을 위한 한시 정원을 운영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이 규정에 근거해 장관 훈령으로 조직을 신설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정원'에 대한 특례일 뿐이고, 조직을 신설하는 경우에는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의 이관이 대통령실의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은 지난해 7월, 박보균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대통령실에 설치됐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은 출범 당시부터 자문위원 구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고, 구성 이후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시 자문단의 주요활동 목표였던 '청와대 활용 로드맵'은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자문단이 올 1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청와대 관리 활용 업무를 문체부로 이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애초의 자문 활동과 관련 없는 정부 부처의 조직 신설에 관여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병훈 의원은 "문체부로 청와대 관리업무를 이관하며 관련 법절차를 준수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비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을 밝혀 나갈 것"이라면서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의 이관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예고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