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울컥하게 다정한 두 여성의 삶과 연대 '소울메이트'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속 칠월과 안생의 치열하고도 찬란했던, 애틋하고도 다정했던 우정과 성장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소울메이트'가 두 여성의 삶을 어떤 빛으로 그릴지 궁금할 것이다. 김다미와 전소니 두 배우의 '소울메이트'는 치열하지만 그러면서도 울컥하게 다정하고 눈부신 영화로 완성됐다.
 
1998년 처음 만나 2004년 첫사랑이 생겼다. 2010년 각자 어른이 되어갔고, 그리움을 그리고 그리다 2014년, 그 흔적을 따라간다.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소울메이트'의 원작은 중국에서 개봉 당시 228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전 세계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작품이자 안니 바오베이 작가의 소설 '칠월과 안생'을 각색한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감독 증국상)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두 주역 주동우와 마사순은 중화권의 대표 영화제인 금마장에서 53년 만에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아시아의 청춘 아이콘에 등극했다. 뛰어난 앙상블을 선보인 주동우와 마사순이 연기한 캐릭터를 '소울메이트'에서는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가 연기해 또 다른 앙상블을 완성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소울메이트'는 10대부터 20대까지 이르기까지 제주와 서울을 중심으로 미소와 하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한 챕터씩 플래시백 방식으로 보여준다. 플래시백을 일으키는 건 하은의 블로그 일기다. 미소가 클릭한 그날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일기에 맞춰 과거를 하나씩 소환한다.
 
'소울메이트'는 두 여성, 미소와 하은의 우정을 넘어선 삶의 연대와 그 치열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영화다. 남성들의 우정과는 다른 결과 색의, 미소와 하은이라서 가능했던 두 여성의 삶과 연대, 그리고 우정과 성장이 흔들리기를 반복하는 1020대를 관통한다.
 
아픔과 미소, 오해와 이별, 만남과 상처를 반복하면서도 길게 늘어져 끊어질 듯 나약해질지라도 끊어지지 않은 채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삶과 감정이 한 챕터씩 펼쳐지는 순간들은 어느 하나 얕지 않다. 겉으로는 잔잔해도 그 안에서는 휘몰아치는 내면은 그야말로 제주 바다의 파도 같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미소와 하은의 관계, 그들 사이의 벌어지는 일과 그들의 감정은 온전히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상적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간을 달려가기에 때로는 오롯이 다가갈 수 없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에도 적어도 미소와 하은이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향한 끈을 놓지 못하는지는 머리보다 마음으로 다가온다.
 
미소와 하은의 과거 발걸음을 하나씩 뒤따르다 보면 관객 역시 어느새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관계를 맺고 시간을 쌓아 올리게 된다. 그렇게 함께하고 목격한 시간만큼 관객들은 미소와 하은 사이를 연결한 마음이 얼마나 끈끈하고 애틋한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우정'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보다 깊고 단단한 그들의 연결. 그야말로 '생'을 공유하고 나누고 함께하는 사이라는 것이 비로소 눈에도, 마음에도 들어온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내 마음까지 보이는 순간이 다가온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하나가 떠나 홀로서기까지 둘이 함께한 삶은 마치 긴 여정과도 같다. 때로는 햇살이 비추고, 어느 순간 구름이 빛을 가리고, 때로는 비나 눈이 내려 멈춰야 할 때도 있다.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났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간도 있듯이 두 사람의 삶에는 이 모든 여정이 담겨 있다.
 
따로, 그렇지만 함께인 둘의 삶 안에서도 미소와 하은 각자의 삶이 있고, 여성으로서의 삶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삶이고, 또 그러했기에 홀로서기가 가능했던 삶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우정'이기에 그 둘의 관계를 '우정'이라 말하지만, 표면적인 의미의 우정을 넘는 보다 강하고 진한, 감정적으로 연결된 연대가 그 안에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치열함과 다정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해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사건들이 존재하는 건 우리가 미소와 하은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소와 하은 같은 존재를 알고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하고도 강렬했던 원작보다는 보다 따뜻한 감성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소울메이트'는 그렇기에 울컥하게 다정한 빛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영화가 됐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소울메이트'를 본 후 누군가의 미소와 또 다른 누군가의 하은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김다미와 전소니는 스크린에서 미소와 하은으로 살아 숨 쉰다. 그만큼 그 둘의 연기, 이해가능하면서도 이해 불가한 내면의 빛과 외면의 이야기들을 자신 안에 담아내며 캐릭터를 그려냈다.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진우 역 변우석 역시 미소와 하은의 숨고 찾기를 반복하는 여정 틈틈이 파고들어 미묘한 감정의 결을 눈빛 안에 머금어 보여준다.
 
민용근 감독은 다양한 앵글로 미소와 하은의 내면에 불어오는 바람까지 포착했고, 미소와 하은의 찬란함은 물론 치열하게 아팠던 순간까지도 다정한 색채로 위로하며 스크린에 펼쳐놓았다. 원작 영화가 가진 기본에 충실하되 자신만의 색으로 재구성했기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소울메이트'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124분 상영, 3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소울메이트' 메인 포스터.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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