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세청은 지난달 연예인, 운동선수, 웹툰작가,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84명을 대상으로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탈세 사례로는 근무하지 않는 친인척에게 인건비 허위 지급,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추징금을 부과 받는 유명인들은 더 나올 전망이다.
이들은 추징금 부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탈세·탈루는 없었다"고 일체 부인했다. 부과 이유로는 법인 비용처리 인정 여부, 회계 오류 등을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해명대로 이는 고의적 탈세로 보긴 어려운 것일까.
세무법인 우주 정한겸 세무사는 "사업(법인) 경비로 보는지 아닌지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슈퍼카 여러 대를 법인 명의로 구매를 했어도 업무용 차량 조건에 따라 인정이 되면 국민 정서와 무관하게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굳이 탈세를 한다면 업무용 차량을 통해서 하는 게 크게 효과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기부금 같은 경우는 법정 단체 기부라면 100% 인정이 되는데, 아니면 30%밖에 인정이 안된다. 보상금도 개인 사업자는 기타 소득으로 과세하도록 규정이 있다. 절세를 위해 과도하게 (법인) 비용처리를 했거나, 이를 명확하게 신고하는 과정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송택스앤컴퍼니 송하림 세무사도 해당 사안들을 "세무회계 담당자가 개정 세법 등을 미숙지해 벌어지는 실수, 과세관청의 당초 해석과 최근 해석이 바뀌는 경우, 법조문 해석의 실수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법인 명의 슈퍼카 구매로 눈총을 받은 권상우에 대해서는 "과거 성실납세 해왔던 이력으로 봐서 세무회계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보인다"며 "손익 귀속시기 또한 본인의 자의로 진행했다기보다는 세금계산서 발급, 수취 시기나 광고수익, 촬영수익 정산 등의 시기 차이로 인한 오류에 대해 정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고의적·악의적 탈세는 차명 계좌를 통한 매출 누락, 가상 경비 발생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연예계는 세금 탈루 사건과 얽히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다.
정 세무사는 "진짜 탈세라면 그 잘못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타인 명의를 이용한 차명 계좌로 매출을 고의 누락하거나 가상 경비를 넣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매출 누락이나 없는 비용을 만든 사안이 아니고, 누구든 조사를 받으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송 세무사도 "과거 연예인들의 세금 탈루 사건으로 이미지 타격 등을 우려해 배우, 가수 등 고소득 연예인들이 세금 관련해 문제 생기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세금신고하기를 원하는 실정"이라며 "당사자들 또한 이를 인지하고 성실납세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연예인 고객(클라이언트)을 다수 보유한 A 세무사는 "세금을 과소 납부했다가 가산세를 부여받아서 토해내는 걸 추징금이라고 표현하는데 규모가 큰 연예인들은 자기 법인을 설립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되면 법인 지출과 개인 지출의 분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와 법인이 구별이 안 되고, 법인 비용을 사적으로 쓸 확률이 높아진다. 1인 기획사에 법인 소유 차량이 있으면 그 차를 누가 타겠나. 100% 연예인이 타는 거다. 그걸 회사 비용으로 잡으면 개인 차량인지 법인 차량인지 구분이 안되고 그 경계가 불투명해진다"고 부연했다.
앞선 사례들과 별개로 실제 페이퍼 컴퍼니(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서류 안에서만 존재한 채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를 설립해 개인 소득을 줄여 법인세로 '편법적 절세'를 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A 세무사는 "법인세가 적으니까 세금 줄일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내 회사와 내가 계약을 해서 개인 소득을 적게 잡는 방식이 있다. 특히 건물은 강남에 있는데 소유 주체는 수도권 과밀억제법을 비껴간 지역에 세운 법인인 경우도 많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법인을 통해 처리하고, 해당 법인을 과밀억제법 제외 지역에 세우면 높은 취득세도 피할 수 있다. 연예인은 또 가족 부양이 많아서 가족 비용을 업무 관련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하면 탈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연예인 등 유명인 상대로 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연예인 클라이언트를 보유한 세무사들은 최대한 증빙 가능한 비용 처리에 힘쓰는 분위기다.
A 세무사는 "사실 먹고 마시는 비용은 사소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연예인이 번갈아 타기 위해 차량 2대를 법인 명의로 샀다면 1대만 비용으로 인정하는 등 보수적으로 가려고 한다. 구매는 상관 없지만 취미도 아니고 그렇게 구매한 부분을 다 비용으로 보긴 어렵지 않나"라고 전했다.
연예인 고객을 둔 또 다른 B 세무사는 "이전에 관례상, 통념상 허용이 됐던 부분도 이제는 보수적으로 하자고 안내를 했다. 아무래도 이번 국세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탈세자 대상으로 강하게 이야기하면서 주의를 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바라봤다.
B 세무사는 "보통 연예계 일이 구두 계약도 많고,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업무냐 아니냐 구분이 애매하다. 그래서 최대한 증빙을 남기는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 사실 1인 기획사 등에 대해서는 세법적 해석이 나온 게 많이 없는데 이제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