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의 부과 기준이 되는 월(月) 소득 상한선이 오는 7월부터 553만 원에서 590만 원으로 37만 원 오른다. 산정 하한액도 35만 원에서 37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3년 제2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장인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선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하한액 조정 △사업장가입자 기준소득월액 변경기준 등을 심의했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최근 3년간 전 가입자 평균소득의 변동률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지난 5년간 평균액 변동률은 2019년 3.8%→2020년 3.5%→2021년 4.1%→2022년 5.6%→2023년 6.7% 등이다.
올해 변동 폭은 가입자들의 실제 소득에 따라 기준소득월액을 조정한 2010년 이후 가장 크다.
앞으로 매달 590만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는 지난해(49만 7700원)보다 3만 3300원 오른 최대 53만 1000원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연금 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현행 9%)을 곱한 금액이다. 직장 가입자는 근로자와 회사가 반반씩 내기 때문에 월 1만 6650원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월소득이 37만 원 이하인 가입자들은 작년에 비해 1800원 많은 3만 3300원을 내게 됐다. 매달 소득이 590만 원 이상인 가입자 217만 명, 37만 원 미만인 17만 3천 명 등 약 265만 명의 보험료가 오르게 될 전망이다.
법령 상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심의위 심의를 거쳐 매년 3월 말까지 연금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하한액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된 상한액과 하한액은 당해 연도 7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또 연금심의위는 전년도 대비 소득이 20% 이상 떨어지거나 올랐을 경우, 현재 소득에 맞는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게끔 한 '기준소득월액 특례제도'를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제도로 3년마다 심의위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고시 존속기간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한 후 기준소득월액 특례제는 이달 말, 상·하한액 조정은 7월에 각각 시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추진현황 등에 대한 보고도 함께 이뤄졌다.
앞서 1998년 도입된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2003년 1차 계산 이래 5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복지부는 재정 추계를 통한 장기재정전망과 제도개선 등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그 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 전망에는 향후 국민연금의 수입·지출 추계와 기금 운용에 따른 적립기금 추계를 통한 소진연도 예측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 1월 26일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55년 고갈될 것이라는 시산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제도 유지 시, 국민연금은 향후 20여 년간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를 이어가다가 2041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직전 추계였던 2017년보다 수지적자 발생은 1년, 기금 소진시점은 2년이 더 빨라졌다. 내는 사람은 적고 받는 사람은 많아지는 '저출산·고령화'가 최대 원인이다.
이달 중 완료되는 '종합판' 재정추계에는 기존에 발표한 시산결과 외 인구 및 경제상황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등이 모두 담길 전망이다.
이기일 1차관은 "3월에 확정될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제도 및 기금운용 발전 논의를 통해 제5차 종합 운영계획을 수립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연금개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청년층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연금개혁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정 추계와 맞물려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던 연금개혁 일정은 답보 상태다.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끝내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문위는 총 1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당초 자문위는 1월 말까지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의 인상 여부를 비롯한 '모수 개혁'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 초안을 내놓기로 했었다. 하지만 재정안정론과 보장강화론 사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합의가 좌초되자, 연금특위가 '구조 개혁' 쪽으로 아예 논의방향을 틀었다.
국회 보고일정이 한 달 이상 밀린 상황에서 전날 전체회의를 가진 자문위는 경과보고서 검토에 착수했다. 그간의 논의내용을 '병렬식'으로 취합해 보고하는 방식이다. 더 내고 더 받을지, 더 내고 지금처럼 받을지 등 최대 관심사였던 모수개혁과 관련한 수치는 모두 빠지게 됐다.
김연명 공동위원장은 "전문가로서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라며 "그간 저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내용을 담았다 등 이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향후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할 만한 주요 쟁점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맹탕' 보고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내는 건 1차 보고"라며 "다음에 특위에서 (추가로) 정리를 해달라고 하면 2차, 3차 보고를 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자문위는 보고서를 최종 완성하는 대로 이달 중 국회 연금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