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일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전초전 격인 이날 재판에서 무려 1시간 10분에 걸쳐 공소장 전체 내용을 낭독하며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이 대표 측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구성 요건도 안 된다"라며 "故 김문기 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시간 걸쳐 공소장 모두 읽은 검찰… 재판부 "다 읽으셨네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의 공판 출석은 의무여서 이재명 대표도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며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첫 공판 절차에 따라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간략한 공소사실 내용을 설명하지만, 이날 검찰은 출석한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1시간 10분에 걸쳐 공소장 전체 내용을 낭독했다.
검찰은 "김문기 처장은 2009년 12월 한국리모델링협회가 후원하는 국회 정책 토론회에 피고인(이재명)과 함께 참여하는 등 그 무렵부터 피고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리모델링 관련 업무를 본격적으로 했다"라며 "피고인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계획팀에 입사해서 피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 신축 사업을 담당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주재하던 대면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고, 개발 사업과 관련한 업무 보고를 피고인에게 수차례 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고인의 업무를 보좌했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 검찰은 "2015년 1월에는 피고인은 김문기 처장, 유동규 본부장 등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고, 골프를 하는 등 공식 일정 외 일정을 함께 했다"라며 "2018년 말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을 때도 김문기 처장 등이 대장동 사업 추진 경위에 대해 피고인에게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김 처장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한 검찰은 "피고인은 김문기 처장과의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대장동 관련 비리 의혹의 최종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었다"라며 "이에 김 처장 등과의 연관성을 차단해 대장동 사업 관련 피고인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을 막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출연했던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SBS 방송 등의 해당 인터뷰 내용을 차례로 낭독하기도 했다.
약 1시간 10분에 걸친 검찰의 공소장 낭독이 끝난 직후 재판부는 "공소장을 다 읽으셨네요?"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측, 혐의 전면 부인…"혐의 구성 요건도 안 된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참 이상한 기소"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어느 부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맞섰다.이 대표 측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공표 대상은 '사실'이다"라며 "인식이나 주관적 의사 등이 아닌 사실"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닌 주관적 인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컨대 어떤 사람을 10년 동안 100번 봤다면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지, 한 달에 5번 봤다고 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며 "공식석상에서 몇 번 봤다와 사적 자리에서 본 적이 있다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 측은 생방송 중 이뤄진 즉흥적인 답변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대법원 판례(2019도 13328)를 예로 들며 "방송에서의 즉흥적 문답이 공표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법리도 봐야 한다"라며 "토론회와 방송 대담 등 즉흥적 이야기를 말한 것은 공표에 해당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까지 공표로 의율하면 굉장히 힘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법원 판결 당시 논의됐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법리적 문제를 다툰 이 대표 측은 김문기 처장을 실제로 모른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이 대표 측은 "김 처장과 사적 접촉은 한 번도 없고, 단독으로 접촉한 것도 없다"라며 "성남시 공무원은 약 2500명이고, 산하 기관을 합치면 4천명이다. 김 처장과 같은 직급을 가진 팀장만 600명이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청과 떨어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오전 재판을 마쳤다. 오후에는 검찰 측 증거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