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붕괴 사고 당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행정부시장에게 이틀이 지나서야 보고하는가 하면, 부산도시철도 안전 확보에도 뒤늦게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천 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토석이 공사 현장을 완전히 막으면서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동래구의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5일 0시 40분이다.
당시 천단부(천장)이 무너지면서 1분가량 토석이 쏟아져 내렸고, 이 때문에 공사 중이던 터널이 완전히 막혔다. 쏟아진 토석은 1천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곳은 동래구 도심 한복판에서 지하 60m 지점으로, 부산도시철도 3호선 노선과는 불과 32m가량 떨어져 자칫 시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같은 사실을 사고 발생 사흘째가 돼서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자료에 따르면, 대심도 공사 관리를 총괄하는 부산시건설본부장은 27일 오후 5시가 지나서야 사고를 보고받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해외 출장으로 시청을 비우면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행하던 안병윤 행정부시장에게는 이로부터 10여 분 뒤 사고 사실이 보고됐다.
또 사고 지점에서 불과 30여 m 떨어진 곳에 부산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도시철도가 운행 중이었지만, 별다른 안전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사고 사흘째인 27일 오후 7시 30분에야 현장을 찾아 안전 점검에 나섰다.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열차 서행 조치도 이때 내려졌다.
주말에 발생한 대규모 지하 터널 붕괴 사고가 사흘 째에야 보고되고, 도시철도 안전 조치도 뒤늦게 내려지면서 그사이 시민 안전에는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서 판단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다가 생각보다 토석의 양이 많다 보니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사고 사실을 들은 뒤에는 곧바로 관련 부서장과 행정부시장에게 보고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등 안전 조치를 바로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사고 지점에 대량의 토석이 유출돼 공사 현장이 완전히 막히면서 안전 조치와 공사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공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출된 토석은 730㎥, 무게로는 1천 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퍼내는 작업과 정밀 안전 진단 등을 거친 뒤에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부산시는 '토사 유출 대응 전담팀'을 구성해 사고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는 지난 1일 행정부시장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시멘트 등 충전재를 강제로 주입하는 보강 공사를 시행하고 주변 침하 상황도 면밀히 확인하기로 했다.
부산도시철도 운행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이후 정상화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출장 중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한 조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덕-센텀 대심도는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 재송동을 지하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내년 11월까지 전체 사업비 7832억 원을 들여 9.62㎞ 구간의 고속화도로를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