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났다"더니…여수시의회, 갑‧을 패거리 정치에 '파행'

제8대 전남 여수시의회 개원식에서 의원들이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전남 여수시의회가 대학병원 유치 관련 결의안 채택을 놓고 갑과 을 지역구 의원들 간의 세력 다툼에 파행이 빚어졌다.
 
23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전날 제226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정현주 의원이 발의한 '국립 순천대 의과대학 및 여수대학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 채택을 놓고 갑과 을 의원들이 양쪽으로 갈려 정면 충돌했다.
 
을 지역구인 정 의원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의 실천 의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전남 지역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여수대학병원 설립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 여부를 놓고 패를 나눈 의원들은 격론 후 표결에 나섰으나 재석의원 22명 중 찬성9, 반대 12, 기권 1로 부결됐다. 기권표는 입장이 난처한 김영규 의장이 던진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을 지역구와 무소속 일부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이어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김영규 의장은 정회를 선언한 뒤 수습에 나섰으나 결국 이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이후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회의 진행에 필요한 정족수만 간신히 채워 주요 조례안 등 나머지 20여개 안건이 토의도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갑 지역구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여수전남대학교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이 의회가 두 동강난 상태로 이의 없이 채택돼 논란이 예상된다.
 
여수시의회가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여수 대학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재석 22명 중 찬성 9명 반대 1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독자 제공

이처럼 갑과 을 지역구 의원이 충돌한 것은 여수갑 주철현 의원과 여수을 김회재 의원이 대학병원 유치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 의원은 전남대와 여수대 통합조건인 한의대 유치 약속 이행 책임을 물어 대학병원 분원을 전남대 여수 국동캠퍼스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은 국립의대 유치시 의대는 순천에 대학병원은 여수 율촌면에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두 의원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의원들마저 갑과 을로 나뉘어 패거리, 줄서기 정치 행태가 연출되자 여수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여수시의회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두 패로 나뉘어 채택된 결의안이 무슨 힘을 발휘하겠느냐"면서 "의장이 개회사에서 정기명 시장을 향해 허니문이 끝났다고 하더니 의회 내 두 세력간 허니문이 끝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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