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21년 성남시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로 흘러간 30억원에 대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전 대표가 수십억원의 현금을 조성한 시점에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다른 대장동 민간업자를 상대로 '대선 경선 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한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김인섭 전 대표에게 30억원을 빌려준 사업가 A씨가 운영하는 B건설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A씨가 김 전 대표에게 30억원이라는 자금을 빌려주게 된 경위와 자금의 용처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김 전 대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김 전 대표는 지인 소개로 A씨를 만나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 사옥 사업을 함께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김 전 대표의 이런 제안을 고민하다 받아들였다고 한다. 업계에서 김 전 대표가 백현동 사업의 인허가 문제 등을 해결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A씨는 김 전 대표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하고, 2020년 5월 한국하우징기술에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사업을 함께 준비했다.
김 전 대표는 2021년 초 A씨를 찾아 "당장 필요한 자금이 없으니 30억원을 빌려주면 9개월 뒤 갚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A씨는 이자 약정도 없이 김 전 대표에게 돈을 빌려줬다. 대신 김 전 대표가 백현동 사업의 인허가 문제 해결 대가로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로부터 받기로 한 70억원의 채권을 담보로 잡았다.
문제는 2021년 9월 대장동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김 전 대표는 상환을 차일피일 미루며 돈을 갚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법정 다툼 끝에 김 전 대표가 아닌 정 대표에게서 30억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가 급하게 땡긴 30억원이 김 전 대표를 떠나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돈이 건네진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A씨에게서 자금 30억원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선거를 불과 1년 여 앞둔 2021년 초였다.
비슷한 시기 이재명 대표의 다른 측근들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을 상대로 수십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 전 부원장은 2021년 2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김만배씨는 2021년 2월 경기도청에 불려가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에게 자금 20억원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측근 2명이 경선 자금을 조성한 시기와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 대가로 조성한 채권 70억원 중 30억원을 현금화한 시점이 겹친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백현동 사업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사무실 등 40여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며 김 전 대표 등 주요 관련자 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장동·위례 신도시 사건과 성남FC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는 백현동 사건에서도 배임 혐의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김 전 대표가 현금화한 30억원과 이 대표의 경선 자금 사이 관련성에 주목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