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하는 은행, 피눈물 쏟는 서민, 칼 빼든 정부



[앵커]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직원 성과급이나 희망퇴직금 지급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금리상승기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 속에서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최대 수익을 내고 이른바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들입니다. 은행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동력 삼아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윤지나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앵커]
일단 지난해 은행 성과급부터 보죠. 대체 얼마나 많길래 돈잔치 소리가 나오는 건지.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성과급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요.

[기자]
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성과급 총액은 1조 3823억원입니다. 전년도도 많다는 평가였는데, 여기서 3629억원 늘어난 겁니다.

임원 1인당 최고 성과급 한번 볼게요. 국민은행에 15억7800만원이 있어요. 이 분 대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봽고 싶을 정도네요. 직원1인당 최고 성과급은 우리은행이 1억7200만원이었어요. 이와중에 임원과 직원 갭이 큰 것도 눈에 띕니다. 평직원은 천만원대고요.

[앵커]
총액으로 따지면 성과급이 1년만에 35%가량 증가한 거니까, 대단하긴 하네요. 우리끼리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얘기하는데 은행권은 다른 세계네요. 은행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도 돈잔치 멤버예요. 배당금도 늘었잖아요.

연합뉴스

[기자]
늘어나는 추세죠.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은행 17곳의 배당(현금배당·주식배당) 합계는 7조241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배당액 규모가 4조96억원이었고 2019년에 6조를 넘었고요.

[앵커]
이게 다 역대급 실적을 올린 덕분이고요.

[기자]
금리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5.6%, 신한 22.1% 등 대체로 20% 초반 대 순이익을 남겼습니다. 조 단위 이익이고요.

[앵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은행은 어떻게 배를 불릴 수 있는건가. 고금리 상황 말고는 없어요?

[기자]
이자이익이 호실적 견인한 건 사실입니다. 이 이자이익도 외부요인 덕분이지 은행이 자체적으로 뭘 해서 한 건 아니고요.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렸잖아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은행권 수익의 핵심인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오죽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게 그냥 박탈감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를 위한 대출자, 영끌족, 자영업자 같은 대부분 서민들을 상대로 이익을 남긴 거라 논란이 큰 겁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하냐. 되레 시중은행들의 사회공헌액은 최근 몇년간 줄었거든요. 이래저래 은행들은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는 환경.

[앵커]
실제로 높은 이자 때문에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요. 사례도 취재를 하셨다면서요.

[기자]
2년 전 서울 변두리에 있는 820평대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던 홍모씨 얘기인데요. 딱 저희 같은 사람들 얘기입니다. 당시 경쟁률이 100:1 이상이었는데 자녀 3명 덕분으로 기적적으로 당첨됐다고 해요. 그런데 중도금 대출이자가 6%대까지 올라갈 예정이어서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밤잠을 설친다고 합니다.

[인서트]
"당첨 생각도 못했는데.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딱 되서 너무 놀랐죠"

"주위 사람들의 축하가 2년만에 근심으로 바뀐 케이스죠"

"은행분들이 서민들의 피눈물이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앵커]
상황 이렇다보니 금융당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어요. 경제가 얼마나 민감합니까.

[기자]
자유와 시장주의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답지 않게 은행권에 대한 각종 제도적, 정치적 압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그제죠. 윤 대통령이 직접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인 어제 금감원 이복현 원장이 견제구를 직접 날렸고요. 오늘 오전에도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마디 더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연합뉴스

[인서트-윤석열 대통령]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입니다…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미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도 들어간 상태죠?

[기자]
윤 통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라고는 말은 하는데, 금융당국은 행동을 이미 보여주고 있어요. 현장검사, 지난 13일 시작됐습니다. 어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성과보수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취지와 원칙에 부합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 지원도 늘리라고 압박했고요. 금융당국이 은행의 금리산출을 들여다 볼 계획도 내보였습니다. 또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원천차단하겠다면서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금융위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어제 이 금감원장이 밝힌 내용의 연장서상이에요. 은행업 전반을 다 털겠다는 선포인 셈입니다.

[앵커]
한마디로 전방위 압박이네요. 은행들은 어떤 칼이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니까 숨 죽이고 있겠고요. 오늘 대책도 나왔죠?

[기자]
일단은 하라는 대로 해아죠. 민심과 정부를 비롯해 자기 편이 없거든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금융위는 대놓고 다 들여다보겠다는 티에프를 만들었고 금감원 이복현 원장은 검찰 특수통 출신이에요. 윤석열 사단의 막내예요. 막강합니다. 그냥 내부에서만 이럴 거면 국책은행으로 만들어라, 우리가 금리를 올렸냐 한국은행이 올렸지 이런 목소리가 맴돕니다.

은행연합회는 공익성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향후 3년간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0조원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골자예요. 대출보증 지원액수를 늘려서 대출을 더 많이해주는 보증배수 효과로 10조라는 숫자가 나오는 거라서요. 은행이 취약계층한테 돈을 준다는 건 아니고;;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대출 규모를 늘리겠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뭔가 내용이 많긴 한데, 은행권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마련하기로 했던 3년간 5천억원 공동재원 규모는 그대로예요. 이 부분을 두고도 은행들이 또 생색내기, 부풀리기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성난 민심과 날선 금융당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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