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조각,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을 전시한다.
카텔란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미술계에 몸담았다. 스스로를 '미술계의 침입자'로 규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제도와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 작품은 2019년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했다. 덕테이프로 바나나를 벽에 붙였을 뿐인데 무려 12만 달러(약 1억 5천만원)에 팔렸다. 나아가 한 작가가 이 바나나를 떼서 먹은 후 '퍼포먼스였다'고 변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카텔란은 '코미디언'을 통해 작품성이 아닌 작가의 명성에 따라 작품의 경제적 가치가 정해지는 미술시장의 모순을 영리하게 드러냈다.
'아홉 번째 시간'은 종교적 지도자이자 바티칸 시국의 원수인 교황 요한 바오르 2세가 운석에 맞아 쓰러진 형상의 조각 설치다. 카텔란이 권위를 다루는 태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1999년 쿤스트할레 바젤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전시된 장소와 맥락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다.
카텔란은 오랫동안 '죽음'을 모티프로 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시신을 연상케 하는 9개의 얼굴 없는 대리석 조각 작품인 '모두'(2007), 침상에 죽은 듯 나란히 누워 있는 2명의 카텔란이 등장하는 '우리'(2010)가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죽음에 대한 복합적인 심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최근 우리에게 일어난 참사의 기억을 소환하고 추모하며 한국 사회의 '우리'와 공감한다.
전시장 내부 뿐만 아니라 미술관 입구와 로비에서도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노숙자의 모형이 놓여 있고, 로비는 박제된 비둘기가 점령하고 있다. 로비 기둥은 코르크 마개로 입을 틀어막은 남자의 이미지가 감싸고 있다.
전시장 안팎에서 카텔란을 찾는 건 또다른 재미다. 카텔란의 어릴 적 모습을 빼닮은 소년 '찰리'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을 종횡무진하고, 카텔란을 많이 닮은 남성이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왔다"며 "도발적인 익살꾼인 카텔란의 채플린적 희극 장치가 적재적소에 작동되는 작품을 마주하며 공감, 토론, 연대가 펼쳐지는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