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실종돼 산속을 배회하던 치매 노인이 거의 하루 만에 산불감시원에 의해 발견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설연휴 한파가 밤새 기승을 부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부산 북구에 따르면, 설날인 지난 22일 저녁 경찰에 다급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A(80대) 할아버지가 오후 4시 30분쯤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신고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할아버지가 평소 등산을 즐겼다는 가족들의 말과 마지막으로 확인된 휴대전화 신호를 바탕으로 다음 날 오전 금정산 일대에서 합동 수색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A할아버지의 가족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관계기관의 수색이 시작되기 전 아침 일찍 금정산으로 향해 A할아버지의 행방을 직접 찾아나섰다.
금정산에 도착한 가족들은 현장에서 근무 중인 산불감시원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고, 감시원은 근무 중인 동료들에게 상황을 전파했다.
불과 5분 뒤, A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인근에서 근무 중이던 한 산불감시원이 수풀 한쪽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A씨를 발견한 것.
결국 A할아버지는 집을 나선 지 16시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귀가하기 전 병원에 들렀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할아버지는 밤새 산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발견 시점이 더 늦었다면 자칫 저체온증 등으로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실제 A할아버지가 실종될 당시 부산지역은 최저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져 매우 추웠다.
북구청 관계자는 "산불감시원의 즉각적인 대응과 협조로 실종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실종자 구조에 큰 역할을 한 산불감시원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