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정모씨' 배후 잡혔다…컨설팅업체 대표 등 78명 검거

'강서구 빌라왕'은 바지사장…배후 컨설팅업체 대표 구속
경찰, 공범까지 총 78명의 일당 검거
경찰 "다수 빌라왕 존재 확인 추가 조사 이어갈 예정"

황진환 기자

제주에서 사망한 '강서구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와 그 일당 등 78명이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컨설팅업체와 공모한 다수의 '빌라왕' 존재가 확인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9)씨와 소속 직원·분양업자 등 공범 77명을 검거했다. 이 중 대표 신씨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빌라왕 임대사업자 김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12일) 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신씨가 제주에서 사망한 '강서구 빌라왕' 정모씨를 포함해 다른 '빌라왕'들의 배후인 사실을 확인해 지난 5일 사기 혐의로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이들 일당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양천구와 인천 등지에서 주택 628채를 매수한 뒤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임차인 37명으로부터 보증금 8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주택들은 모두 구속된 김씨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컨설팅 업체 측에 명의만 제공한 '바지 집주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지난해 12월 28일 발부한 바 있다.
 
경찰은 이들이 매수한 주택의 세입자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전세금을 대위변제 받은 경우와 아직 전세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전체 피해액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세입자들의 전세 계약 만료 기간이 도래할 경우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해 전세금만으로 다세대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매물을 노렸다. 이후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지급하면 이를 건물주와 매매 대금으로 거래하는 '동시진행' 수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세입자에게 실제 매매가보다 임대차보증금을 높게 받아 건축주 등에게 빌라 매수대금을 지급하고 그 차액만큼을 '리베이트'로 돌려받는 방식을 이용했다. 한 건 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챙겼으며 해당 기간 동안 편취한 금액만 8억 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일당은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에 가담했다"며 "전세금 안에 리베이트 금액이 포함된 사실을 사전 고지 않아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이 사망한 '강서구 빌라왕' 정씨를 수사하던 중 덜미가 잡혔다. 정씨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등에서 빌라 240여 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자신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매매·임대 계약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 추적한 끝에 해당 컨설팅 업체의 존재를 파악했다. 경찰은 정씨가 컨설팅업체 측에 사실상 빌라 소유자 명의만 제공한 바지 집주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다수의 빌라왕 존재를 확인했으며 구속된 대표 신씨를 통해 그가 다른 '빌라왕'들과도 공모관계가 있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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