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임박한 가운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며 헌법 소원을 낸 청구인 측이 법무부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는 사형제 폐지로 인해 심각한 입법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지만, 청구인 측은 사회적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또 사형제로 인해 범죄가 예방된다는 등의 법무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14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헌법소원 청구인 윤 모 씨의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의 석명 자료를 보면 청구인 측은 "해당 법률에 대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으면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라며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형법41조 1호,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해서 마지막 합헌 결정을 내린 2010년 2월 25일 이전에 사형이 확정된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2010년 2월 25일 합헌 결정일을 기준으로, 2010년 2월 25일까지 사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변동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0년 2월 25일, 합헌 5명·위헌 4명 의견으로 사형제는 합헌이라고 결정한 다음날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이전에 사형 선고를 받은 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사형수들의 재심이나 국가 배상 청구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법무부는 "미결수뿐 아니라 과거에 사형이 집행된 경우에도 위헌적인 법률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것이므로 재심 사유가 인정되고 국가배상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청구인 측이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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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형 선고를 받고 옥살이 중인 미결수를 구금하는 것에도 법적 문제가 생긴다'라고 주장한 법무부 의견에 대해서도 청구인 측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앞서 이뤄진) 확정 판결의 기판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며 "그리고 재심 청구로 형집행이 정지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구인 측은 2010년 2월 25일 이전에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들에 대해선 재심 청구는 불가하지만 동시에 사형 집행 역시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처우에 대하여 향후 입법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형제가 실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위하력)가 있는지는 이번 위헌 심판의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법무부는 공개 변론 이후 헌법재판소 측에 제출한 추가 의견서에서 위하력 관련 근거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청구인 측은 "저희는 사형제의 위하력에 관해서 '사형제는 위하력이 존재하는 않는다는 것이 미국 학계의 정설'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라며 그 근거로 미국에서 사형제 위하력 관련 연구 동향을 정리한 국내 논문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청구인 측은 "해당 논문에는 '사형을 집행하더라도 살인 범죄에 대한 위하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더 미국 학계에서는 정설이 됐다'는 표현이 있고, '사형의 위하력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더 힘을 얻게 됐다'는 표현도 있다"라며 "미국 법경제학의 연구성과들을 살펴보면 사형 제도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확실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청구인 측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박수진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형제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입증 책임은 법무부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사형제 연구를 해온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이덕인 경찰경호과 교수도 "사형제도에 대한 범죄 예방 효과는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측에서 꾸준히 제시하던 근거인데, 공개 변론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 제출한 보충 서면에 관련 내용을 한 줄도 적지 못한 것은 사형이 범죄 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라고 지적했다.